산업 재계 폭풍전야···"큰 싸움 부추기는 노란봉투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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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폭풍전야···"큰 싸움 부추기는 노란봉투법, 우려"

등록 2026.03.10 13:32

신지훈

  기자

손해배상 제한과 사용자 범위 확대 핵심 쟁점자동차·조선 등 대기업 현장 직접 교섭 요구 확산노무 리스크 대응 강화·법 해석 등으로 혼란 예고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며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며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원청 기업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10일 본격 시행되면서 산업 현장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노사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한 제도 안착을 주문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원·하청 관계 전반에서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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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산업 현장 변화 시작

노동조합 파업 손해배상 제한, 원청 책임 확대

노사 간 협력 주문 속 분쟁 가능성 제기

맥락 읽기

하청노조가 원청에 직접 교섭 요구 가능해짐

노사 관계 틀 변화, 제조업 중심 갈등 우려

교섭 대상·책임 범위 불확실성 커져

자세히 읽기

자동차·조선업계 긴장감 고조

성과급·임금 등 쟁점으로 집회·교섭 요구 증가

유통업계 등 다양한 산업으로 영향 확산

핵심 코멘트

노동계: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 확대 의미 강조

재계: 사용자 범위 모호, 비용 부담·분쟁 증가 우려

정부: 현장 점검·중재 기능 강화 계획

향후 전망

단체 행동·파업 가능성 확대

법적 해석·사법 분쟁 불가피

현장 혼란 지속, 판례 통해 기준 정립 예상

특히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존 노사 관계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들은 법 시행 이후 교섭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질 경우 산업 현장의 갈등이 한층 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노란봉투법 시행···'원청 직접 교섭' 가장 큰 우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으로, 노동자의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하청 노동자의 근로 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 기업을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한 점이 핵심이다.

노동계는 이를 통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기업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반면 재계는 사용자 범위가 넓어지면서 노사 관계의 책임 범위가 모호해지며 산업 현장에서 갈등이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가 특히 긴장하는 부분은 '원청 직접 교섭' 문제다. 기존에는 하청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협상은 해당 협력업체와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노사 관계의 틀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교섭 대상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처럼 다단계 협력 구조가 일반적인 산업에서는 교섭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일부 노동계가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안까지 교섭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산업 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김민석 국무총리와 (오른쪽 두 번째)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에서 열린 한화오션 원·하청 상생협력 선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김경수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김성구 한화오션 사내협력사협의회장, 김 국무총리, 김 한화오션 대표이사, 권창중 고용노동부 차관.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중앙)김민석 국무총리와 (오른쪽 두 번째)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오션에서 열린 한화오션 원·하청 상생협력 선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김경수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김성구 한화오션 사내협력사협의회장, 김 국무총리, 김 한화오션 대표이사, 권창중 고용노동부 차관.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자동차·조선업계 '긴장감' 더 높다···왜


특히 자동차와 조선업계의 긴장감이 높다. 두 산업은 수많은 협력업체가 생산 공정에 참여하는 구조여서 원·하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 협력업체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거나 쟁의행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임금단체협상이 시작되는 시점에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교섭 시작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며 "노사 간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미 성과급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일부 조선소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동일한 기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집회와 교섭 요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울산의 한 조선소 하청 노조는 "같은 현장에서 같은 작업을 하는데 보상 체계가 크게 다르다는 점이 문제"라며 "하청 노동자들도 원청과 직접 교섭을 통해 성과급과 처우 개선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업들은 성과급은 회사 실적과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급되는 보상 체계라는 점에서 동일 기준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히 협력사 직원까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수백억원대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성과급은 회사의 실적과 기여도 등을 반영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협력업체 직원까지 동일 기준을 적용하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 리스크 대응 나선 대기업···"쉽지 않다"


기업들은 법 시행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노무 리스크에 대비해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인사·법무·노무 부서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법 적용 가능성을 점검하는 한편 외부 노무법인이나 컨설팅 기관과 협력해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업 내부에서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용자 범위, 교섭 대상, 쟁의 행위 범위 등 핵심 개념이 현장에서 어떻게 해석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대기업 노무 담당자는 "하청 노조가 어떤 사안을 들고 교섭을 요구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용자성 판단 기준도 모호해 현장에서는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적 해석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임금 문제를 교섭 의제로 삼을 수 있는지를 두고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크다. 재계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 결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한 교섭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실질적인 영향력이 존재한다면 교섭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재계 한 인사는 "정부 지침을 보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안전이나 작업환경 문제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실제 교섭에서는 임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 요구가 함께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 인근에서 총파업을 열고 실질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도입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원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 인근에서 총파업을 열고 실질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도입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노동계 "원청과의 교섭 적극 추진"


노동계는 법 시행을 계기로 원청과의 교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노동단체는 주요 대기업을 상대로 교섭 요구 공문 발송과 집회 등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향후 교섭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파업 등 단체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책임을 가진 기업과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라며 "현장에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교섭 요구와 조직화를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도 시행 초기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점검과 중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노사 간 갈등이 불거질 경우 전문가 자문과 조정 절차 등을 통해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법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 갈등이 확대될 경우 결국 분쟁이 사법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초기 몇 년 동안은 상당한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적용 과정에서 축적되는 판례를 통해 기준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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