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감시·감독체제 있지만 서류로만 처리···현장은 '눈 가리고 아웅'기초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관여해야 제대로 된 관리할 수 있어비용절감·품질향상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선진국선 보편화
건축주를 대신해서 부실시공을 막아줄 제도적 장치인 감리와 CM(건설관리자)이 건설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사비 인상협상도 시공사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전문가들은 감리와 CM이 기본설계단계에서부터 참여하도록 해 관리감독의 정밀성을 높이고, 비용절감과 품질향상을 위한 VE(가치공학)검토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건축주(발주자)들은 '폭등한 공사비'와 '부실시공' 두 가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인건비와 자재비가 크게 오르면서 부담해야 할 공사비는 늘었는데, 자재누락과 관리감독 부실로 시공품질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감리와 CM은 비전문가인 건축주를 도와 공사의 완성도를 끌어올려주는 전문가다. 감리는 설계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품질과 안전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독한다. CM은 현장 관리‧감독 뿐 아니라 설계와 시공업체와의 계약검토, 사업비 산정 및 검토, 공정관리, 설계검토 등 건설사업 전반을 관리한다.
문제는 최근 감리와 CM이 제 역할을 못 하는 현장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일어났던 인천 검단아파트 현장에선 감리와 CM이 모두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원가절감에 집중하느라 구조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설계를 한 상태에서 시공사가 철근을 누락했지만 현장관리자도, 감리도, CM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인원과 예산부족은 감리와 CM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사현장에선 하도급업체와 감리 등을 뽑을 때 '최저가입찰' 방식을 채택한다. 낮은 비용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탓에 하도급업체에선 자재와 인력을 누락시키고, 감리도 현장을 꼼꼼히 살피지 않고 서류검토만 하고 현장을 꼼꼼히 살피지 않는 일이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감리와 CM이 기본설계 단계에서부터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건설기술사 A씨는 "설계자가 어떤 의도로 설계를 했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선 함부로 설계나 시공방법을 변경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에선 설계자가 현장 감리를 맡을 수 없도록 막아 놓았기 때문에 뒤늦게 뽑힌 감리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CM과 감리의 역할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상당수 현장에선 감리와 CM의 역할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갈등을 빚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감리가 건축주와 시공자의 중간에서 객관적으로 시공 상태와 품질을 점검하는 역할이라면, CM은 건축주의 입장에서 비용절감과 품질향상을 돕는 것이 이상적이다. 큰 현장이라면 건설관리 뿐 아니라 전체 사업에 대한 관리를 맡은 PM도 고려할 수 있다.
선진국에선 비용절감과 품질향상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VE'(가치공학)이 일반화돼있다. 가령 시방서를 검토해 공사비 산출이 제대로 돼 있는지를 확인하고, 설계도면 검토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설계변경이나 공법변경을 제안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CM이 VE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권한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개선과 VE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직 건설사 임원 A씨는 "선진국에선 VE를 통해 비용절감과 품질향상을 한 만큼 '비례형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면서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와 심의로 손발을 묶은 탓에 CM의 업무가 감리와 별다른 구별이 안 될 정도로 권한이 적고 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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