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영효율화로 2020년 이후 651곳 점포 폐쇄취약계층, 서비스 이용 어려워···금융사기 위험↑고령층 위한 시니어 특화점포 주목···IT 교육도 활발
특히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보편화되며 디지털 금융소외 현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금융사들은 시니어 대상 특화 점포를 열고 취약계층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에 대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줄어드는 점포에 취약계층 금융 접근성 하락
국내 은행들은 비용 축소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줄여 나가고 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저축은행 점포 수는 2020년 4488곳에서 올해 8월 기준 3837곳으로 4년 만에 651곳이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디지털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외국인 등은 오프라인 채널이 축소로 금융서비스를 받는 것이 더 불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태조사에서도 장애인, 고령층, 저소득층, 농어민 등 '4대 취약계층'의 평균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2019년 69.9%에서 2023년 76.9%로 상승하는 추세이나 100%로 가정한 일반 국민의 수준 대비 낮은 상태로 조사됐다.
오병국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의 디지털화와 소비자 보호' 보고서에서 "4대 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이 낮아 디지털 금융거래에 이용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반 국민의 모바일 기기 이용 능력은 72%이나 4대 취약계층의 경우 53.6%로 조사돼 매우 낮은 편으로 일반 국민과 비교해 모바일 기기 이용 능력 역시 뒤처져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거래의 디지털화로 인해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예방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각 금융사 점포에서 직원의 확인 절차를 걸치는 오프라인 채널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즉각 송금이 이뤄지는 만큼 의심 거래를 인지하고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건수는 2016년 1만7040건에서 2022년 2만1832건으로 급증했으며 피해 금액도 같은 기간 1468억원에서 5438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화점포부터 교육까지···은행대리업 논의도 솔솔
금융사들도 점포 축소와 디지털 금융범죄 예방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이 많은 지역을 위주로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서울 성북구에 1호점을 열었으며 2023년 3월 영등포, 2023년 8월엔 강서구 화곡동에 문을 열었다.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은 은행 업무공간 외에 사랑채, 우리마루 등 휴게공간을 갖춰 시니어 고객들이 편리하게 은행을 방문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화곡동에 위치한 3호점의 경우 지역 소상공인들의 커뮤니티 활동 공간도 별도로 조성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금융권에서 최초로 '보이스피싱 보상보험' 무료가입 지원도 시행했으며 시니어 세대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OORI 어르신 IT 행복 배움교실'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시니어 특화점포'와 금융교육 앱을 통해 취약계층 지원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금융 문해력 향상을 위한 금융교육 앱 '하나원큐 길라잡이'를 출시해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의 모바일 앱 경험 및 학습을 지원한다.
시니어 특화점포에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하나은행은 경기도 고양시 '탄현역 출장소'를 올해 2월 시니어 특화점포로 리모델링했다. 이곳에서는 시니어 맞춤 디지털 기기 도입, 스마트 키오스크 사용지원 전담 매니저 배치 등으로 중·장년층의 금융 거래를 돕고 디지털 금융사기 예방 교육 및 디지털 기기 실습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KB국민은행도 서울시 내 고령인구가 많은 5개 행정구와 인천 내 5개 행정구에서 복지관을 방문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 점포 'KB 시니어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KB 시니어라운지에서는 전담직원이 현금 및 수표 입출금, 통장 재발행, 연금수령 등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돕는다.
고령 금융소비자 대상으로 금융사기 피해 사례를 춤과 노래로 전달하는 금융사기 예방 연극도 매년 실시하고 있다. 2022년 총 8회 진행한 연극은 지난해 14회, 올해도 현재까지 12회가 진행됐다.
한편 금융소외계층을 위해 은행대리업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우체국은 8개 은행과 업무 협약을 통해 입·출금 조회 및 AT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대리업 도입은 이를 예·적금 계좌개설에서 대출까지 허용하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층의 경우 금융사 디지털 전환으로 더 편리해졌으나 시니어나 외국인, 저신용 차주들은 오히려 접근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은행대리업이 도입되면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은행에서도 별도 점포를 늘릴 필요가 없다. 금융당국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방법론과 시기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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