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40여곳 IPO 나서···이달 13곳 청약 접수쏠리는 공모주에 투자자 선별적으로 기업 선택고평가에 케이뱅크 철회···루미르는 공모가 낮춰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분기 35~40여개의 기업공개(스팩제외) 일정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28곳) 대비 25~43%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이달에만 약 22개 기업이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올해 역대급 장으로, 이미 셀비온·와이제이링크·클로봇·성우·에이럭스 등 13개 공모주들은 청약했다.
공모주 청약이 4분기에 대거 쏟아지는 건 금감원 증권신고서 심사 강화로 일정이 밀리면서다. 지난해 파두 뻥튀기 상장을 계기로 금감원은 올해 예비 상장 기업에 매출 전망과 같은 기업 전반적인 재무 상황 등에 관해 꼼꼼한 실사보고서를 요청하는 등 상장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지난달 공모 일정을 잡았던 기업 10곳 중 7곳은 금감원의 신고서 정정 요구로 이달로 연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IPO 시장은 상반기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장하면 흥행한다는 공식이 깨진 지는 오래다. 쏟아지는 공모주에 투자자들은 기업가치, 유통 물량 등 객관적인 정량평가를 통해 공모주 옥석 가리기를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주(10일~16일) 케이뱅크는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철회를 결정, IPO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케이뱅크는 IPO 재수생으로 몸값만 5조원대로 추정하며 올해 하반기 공모주 시장 '최대어'로 많은 기대를 받은 바 있다.
수요예측 참패에는 공모가 고평가가 발목을 잡았다. 케이뱅크는 이번 상장으로 8200만주를 공모, 희망 공모가 밴드는 9500~1만200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케이뱅크 주가순자산비율(PBR)을 2.56배로 계산해서인데, 기관투자가 사이에서는 경쟁자인 카카오뱅크 PBR(1.62배) 보다 높게 책정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뱅크는 자본총계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훨씬 낮은 편이다. 업비트 의존도가 높은 점도 문제다. 업비트 의존도를 낮추고는 있으나 올 반기 기준 전체 수수료 수익의 36%(87억원)가 두나무로부터 나왔다. 기관투자자들은 희망 공모가 범위(9500원~1만2000원) 하단을 써내거나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상장한 루미르 역시 수요예측 결과 423곳 기관투자가가 참여, 13대1로 올해 최저 경쟁률을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다. 비교 그룹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해 외형이 과도하게 차이가 나는 기업으로 정해 기업가치를 고평가한 점과 최근 우주산업 관련 주가가 부진한 것이 이유다. 이에 공모가 밴드(1만6500~2만500원) 하단보다 27% 낮춘 1만2000원에 공모가를 확정. 발행 주식 역시 300만주→240만주로 감소했다. 확정 공모액은 288억원, 시가총액은 2059억원으로 기존 공모액과 시가총액(615억원, 3637억원)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시장 친화적 접근에 청약은 수요예측보다 나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일반청약 일정이 겹쳤던 와이제이링크의 흥행에 130.77대1의 경쟁률을 기록, 증거금 4700억원에 그쳤다. 와이제이링크는 961.2대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증거금 약 5조1330억원이 모였다. 앞선 수요예측에서도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한 1만2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와 관련, 종목별 주가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루미르는 코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4.25% 오른 1만4910원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반면 와이제이링크는 공모가 대비 81.67% 오른 2만1800원에 거래를 마감, 장중에는 공모가 두 배인 2만4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선별적인 공모주 선택은 손실을 최소화하고 좀 더 건전한 주식 시장을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높아진 증시 문턱과 흥행 실패로 IPO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많은 기대를 받았던 케이뱅크의 흥행이 무산되면서 대어라고 무조건 흥행한다는 분위기도 깨진 것 같다"며 "대어로 하반기 IPO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목소리도 가라앉았다. 투자자들이 더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해 냉철하게 시장을 분석하는 건 좋은 자세지만, 관련 업계 입장에서는 상장 심사 강화로 철회 기업도 증가 추세고, 수요 예측이나 청약 결과도 천차만별이라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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