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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한 달에 한번 주사 맞고 살뺀다···'펩트론'의 경쟁력은?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biology

한 달에 한번 주사 맞고 살뺀다···'펩트론'의 경쟁력은?

등록 2024.10.18 19:00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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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200조' 일라이릴리와 공동연구장기지속형 주사제 니즈, 기술력 맞물려'스마트데포' 1~6개월 제형 대량생산 가능

한 달에 한번 주사 맞고 살뺀다···'펩트론'의 경쟁력은? 기사의 사진

국내 1세대 바이오텍인 펩트론이 시가총액 12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기술 평가 계약을 체결해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계약에서는 일라이 릴리가 보유한 여러 '약물들'에 펩트론의 기술을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회사의 기술력이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복약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 펩트론은 오랜 기간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연구개발한 회사이고, 이 기술로 상업화에 성공한 유일한 회사이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의 컨택을 받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펩타이드 약물에 '스마트데포' 적용···반감기 늘려


1997년 설립된 펩트론은 독자적인 기반기술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활용해 약효지속성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데포'는 저장소라는 의미를 가지는데, 제약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데포기술은 서방형, 즉 약물이 일반 제형보다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방출되도록 특수 설계된 제형을 갖춘 약물을 뜻한다.

펩트론의 '스마트데포'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대포주사와 달리 생분해성 고분자를 방출조절용 물질로 사용해 다양한 펩타이드(아미노산 화합물) 약물의 약효지속성 주사제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펩타이드 약물은 반감기가 짧아 자주 주사해야 하는데,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할 경우 현재 주 1회 주사보다 투여 주기를 늘릴 수 있다.

주로 수술용 생분해성 실로 쓰이는 'PLGA'를 구형(미세구체)으로 만들어 약물전달체로 사용한다. 이 생분해성 물질이 시간이 지나 분해되면서 이 물질에 섞여 있던 약물이 방출되는 식이다. 이 미세구체의 원료와 함량에 따라 1개월 제형, 3개월 제형, 6개월 제형 등의 의약품을 개발해 낼 수 있다. 또 대량생산이 가능한 고효율 방식의 기술이다.

스마트데포와 같이 약물의 효율적인 전달을 위해 사용하는 약물전달시스템(DDS)은 의료기술의 발전, 만성질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츈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약물전달시스템 시장 규모는 지난해 427억1000만 달러(59조원)에서 오는 2032년 633억8000만 달러(87조원)로 성장이 전망된다.

'니들 포비아' 대응 나선 비만약 시장


특히 '위고비'로 대표되는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 분야에서 DDS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기존 약물은 매일 또는 주 1회 맞아야 하는데, 한 달에 한 번만 맞아도 되도록 개선해 환자들의 투여 편의성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GLP-1 약물이 떠오르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공통적인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사제를 주 1회 자가 투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특히 서구권에서는 니들포비아라고 해서 주사제에 대한 공포심이 커서 복약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 또한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마운자로'라는 이름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적응증을 구분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펩트론은 일라이 릴리와 계약을 맺고 지난 7일부터 '스마트데포' 기술을 활용한 공동 연구에 나서고 있다. 펩트론이 일라이 릴리에게 비독점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회사 기술에 일라이 릴리의 펩타이드 계열 약물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계약 기간은 약 14개월이다.

구체적인 연구 물질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일라이 릴리와) 기술이전 초기단계인 MTA(물질이전계약) 체결 후 논의를 이어가다가 회사의 플랫폼 기술을 다양한 물질에 적용해 보자고 해서 이번 계약을 맺게 됐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개월 지속형 비만치료제는 성공 시 파급력·시장 규모 등을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기술 평가 기간을 거쳐 내년 4분기 내 임상 1상 결과를 확인하면 본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상용화로 기술력 입증, 빅파마와 계약으로 이름 알려"


업계는 스마트데포가 상용화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일라이 릴리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펩트론은 지난 2003년 대웅제약과 해당 기술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류프로렐린 제제 전립선암 치료제를 1개월 지속형 치료제로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대웅제약이 팔고 있는 '루피어데포'는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회사가 개발한 1개월 지속형 전립선암 및 성조숙증 치료제 '루프원(PT105)'은 LG화학이 국내 판권을 갖고 상업화에 나섰다. 이 밖에도 회사는 유한양행과 지속형 당뇨치료제 'YH14617(PT302)'를 공동 개발 중으로 현재 임상2상 단계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하는 것과 상업화한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며 "실제 1개월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해 매출을 내는 곳은 드물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펩트론의 기술력이 일라이 릴리와의 계약 조건에서도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약 내용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릴리가 자사 '약물들'에 대해 펩트론의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내용이다. 빅파마인데 펩타이드 약물이 얼마나 많겠느냐"며 "또 비독점 계약이다 보니 펩트론에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릴리 외 다른 기업에도 추가로 기술 수출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독점 계약이 연속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순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일라이 릴리 입장에서는 여러 회사의 플랫폼을 활용해 상대평가를 진행한 후 계약 상대를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중요한 건 릴리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펩트론이라는 회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약효 지속성 치료제 생산 규모 10배의 펩트론 신공장 조감도. 펩트론 제공약효 지속성 치료제 생산 규모 10배의 펩트론 신공장 조감도. 펩트론 제공

한편, 펩트론은 지속 성장을 위해 약효 지속성 의약품 생산 규모를 현재보다 10배로 대폭 늘리기 위한 신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신공장은 충북 오송바이오파크 공장 내 유휴 부지 5000평에 세워지며, 오는 2026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또 FDA의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cGMP) 기준에 맞춰 건립하며, 최대 1000만 바이알의 약효 지속성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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