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사를 비롯한 기업공개(IPO) 관련 업계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볼멘소리다. 기존에 예정돼 있던 청약 일정은 기재정정 등을 이유로 뒤로 밀리기 부지기수다.
지난해 파두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올해 예비 상장 기업에 매출 전망과 같은 기업 전반적인 재무 상황에 대한 꼼꼼한 실사보고서를 요청하는 등 기업공개 심사 기준을 강화한 영향이다.
거래소 역시 기술특례상장기업에 관한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그 영향으로 기존 예심 기간은 45영업일이 기준이지만 올해는 6개월이 지난 기업이 다반사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이노그리드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취소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과거 최대주주와 현 최대주주 간 주식·채무 관련 분쟁 가능성이 있고, 이를 인지했음에도 상장예비심사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을 문제로 삼았다.
기준을 강화해 부실기업 상장을 막고 시장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의도는 칭찬 받을만 하다. 그러나 새로운 좋은 기업이 들어오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기존 부실기업을 퇴출해 시장을 정화하는 것이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 1000원 이하 동전주 242개로 전년(194개) 대비 28% 증가했다. 동전주는 1000원 이하의 가격이 싼 주식이다 보니 적은 자금만 넣어도 변동성이 크다. 건전한 투자보다는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해외에선 과감하게 부실 기업 퇴출을 단행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선 1년간 평균 약 120개 기업이 상장하고 약 20개 기업이 퇴출되는 반면 미국에선 상장하는 회사(연간 100여 개)보다 퇴출당하는 기업(140여 개)이 더 많다.
특히 나스닥은 부실기업이 시장에서 자연스레 퇴출되나 국내는 문제 기업들이 끝까지 살아남는 구조를 가진다.
나스닥 상장 유지 조건에는 유동주식 수(50만주), 유동 시가총액(100만달러), 최소 주가(1달러) 등의 기준을 설정했다. 국내는 상장 요건에 '법인세 비용 차감 전 당기순손익', 매출, 자본잠식 등 여러 요건들이 담겨있다. 시장 중심 기준이 아닌 기업 중심 기준인 것이다.
부실기업들은 국내 증시 저평가 요인이다. 대부분 기초체력이 안 되는 부실기업들이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기에 부실 기업 청산이 더 시급하다는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증시 입성 문턱을 높이는 것뿐만아니라 문제 있는 기업을 신속히 퇴출하는 자정 기능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과 맞물려 좀비기업에 대한 언급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식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신속히 퇴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절차를 단축, 상장 유지 조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역시 마찬가지다. 앞선 5월 좀비상장사를 시장에서 조기 퇴출해 건전한 기업으로 증시 자본이 공급되도록 상폐규정을 개선할 계획으로 연말쯤 관련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 2월부터 약 10개월간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나, 아직도 국내 증시는 저조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밸류업을 성공시키고,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증시가 매력있는 투자처가 되기 위해선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유망 기업들이 상장 되는 것도 좋지만, 부실기업을 제대로 퇴출시켜 자금의 선순환을 유도하고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도를 쌓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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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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