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사장은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섰다. 그를 국감에 소환한 건 올해 한화오션 작업장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연달아 발생함에 따라 안전 관리 책임을 따져 묻기 위해서였다.
올해 들어 한화오션 사업장에서는 총 5번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중대재해성 사고만 3건이다. 한화오션에 대한 비난 세례는 지난달 노동자 추락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 사고에서 회사 측의 안일한 안전 관리 및 허술한 사후 조치 문제가 도마 위로 올랐고, 논란의 씨앗은 점차 증폭됐다.
국감 현장에서는 회사의 안전불감증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환노위 의원들은 중대재해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회사 측 안전 관리 부실뿐 아니라, 하청업체 노동자 차별적 대우와 외국인·비숙련공 인력 대체, 임금 인상 문제 등을 근본적인 이유로 꼬집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 번 화를 키운 건 정 사장의 '태도'였다. 그는 의원들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기보다 질의 내용을 하나하나 짚으며 정정하려 나섰고, '법 제도를 살펴봐야 한다'는 식의 시종일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기 바빴다.
결국 강득구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우선적으로 반성을 해야 하고, 현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한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뉴진스 하니도 국감에 출석했는데, 정 사장이 하니와 현장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비난의 물결은 더욱 거세졌다. 업계 안팎에선 노동자가 사망해 불려 나온 자리에서 미소 지으며 사진이나 찍고 있는 게 말이 되냐며 뭇매를 때렸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사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셀카를 찍느냐. 웃음이 나오냐"라며 "셀카를 찍을 순 있지만 증인으로 나온 대표는 그 마음으로 하면 안 된다"고 꾸짖었다. 이에 정 사장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날 정 사장의 셀카는 한화오션 내부에서의 비판은 물론 대한민국 기업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반감을 커지게 만들었다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다.
현재 기업인들은 시급히 사라져야 할 규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지목한다.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최고 경영책임자에게 형사 처벌 및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이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2년 가까이 흘렀으나,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법 정합성·정당성에 관해 여전히 시비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정 사장의 안일한 태도는 중대재해법 폐지를 촉구하는 기업인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산업재해 사고에 전혀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는 듯한 모습은 되려 경영진에게 더 과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중대재해 규제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일각에선 경영진의 이 같은 행동 하나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오션을 대표해 얼굴을 비친 정 사장의 행보는 오히려 회사에 독이 된 모양새다. 한바탕 파문이 일은 후, 그는 곧바로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한 기업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만큼, 본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업계 안팎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해선 안된다. 이번 계기로 한화오션 경영진은 안전 관리 개선 측면에서 가시적인 변화를 거두는 등 보다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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