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앞두고 현안 점검 노소영·박정원 등 재계 인사 출석 가능성↑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다음 달 10일 국감 개막을 앞두고 일반 증인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 주 중 최종 명단을 확정 짓고 당사자와 일정 등을 조율할 것으로 점쳐진다.
與도 野도 '6공화국 비자금 의혹' 정조준
그 중 재계가 주목하는 이번 국감의 최대 현안은 단연 '6공화국 비자금' 의혹이다. SK가(家) 이혼소송 과정에서 들춰진 전직 대통령 노태우 씨의 추가 비자금 문제를 놓고 사회 전반에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정치권도 잔뜩 벼르고 있어서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미 당사자들을 국회에 불러세우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전날 전체 회의에서 일차적으로 100여 명의 증인을 추리면서 노태우 씨 부인 김옥숙 여사와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원장,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을 포함시켰다.
'노태우 비자금' 의혹은 노소영 관장 법정 증언에서 촉발됐다. 최태원 SK 회장과의 이혼 소송 중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보관하던 메모를 근거로 아버지 노태우 씨가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게 화근이었다. 자신도 최태원 회장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논리를 펴기 위함이라고 해도, 과거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총 904억원 규모 비자금을 스스로 드러내면서 문제를 키웠다.
현재 검찰은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는 한편, 범죄수익환수부(유민종 부장검사)로 사건을 배당해 수사 여부를 검토하는 중이다. 여기에 국회도 전두환·노태우 씨 비자금 몰수와 관련한 법안을 연일 발표하며 진상 규명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따라서 법사위도 국감 중 노 관장을 비롯한 관계자를 상대로 비자금의 실체와 용처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리밸런싱에 애꿎은 소액주주 피해"···두산으로 불길 번지나
정무위원회에서는 최근 재계와 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군 대기업 리밸런싱(구조조정) 이슈와 관련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소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업구조 개편 차원에서 계열사 간 인수합병을 시도한 기업의 판단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했는지를 들여다본다는 취지다.
두산은 7월 로봇·기계 사업 육성을 목표로 에너빌리티, 밥캣, 로보틱스 3사의 분할·합병과 포괄적 주식 교환을 선언했다가 거센 반발에 시달린 바 있다.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을 결정하면서 '알짜' 밥캣 1주를 '적자 기업' 로보틱스 0.63주와 교환하는 '1대 0.63'의 비율을 제시한 탓이다.
결국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의 증권신청서(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들을 멈춰 세웠다. 또 두 차례나 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은 두산은 8월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 계획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두산이 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신설 투자회사(두산밥캣 지분 소유)로 인적 분할하고 신설법인을 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안은 유지한 만큼 여진이 남았다는 평이다.
이에 정무위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박정원 회장을 통해 합병 불발에 대한 그룹 최고 책임자의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계부채 급등과 플랫폼 판매 대금 미정산, 임직원 횡령, 부당대출 의혹 등 최근 금융권 내 사건·사고가 유독 많았던 터라 정무위가 박정원 회장까지 증인 명단에 올릴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CEO' 전영현·곽노정 동반 출석 여부 촉각
재계 일각에선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의 국감 동반 출석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우리나라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두 사람과 함께 현주소와 미래를 진단하려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어서다.
HBM(고대역폭메모리) 흥행과 업황 회복에 힘입어 반등하는 듯했던 반도체 산업은 다시 위기론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 'AI(인공지능) 거품론'과 같은 부정적인 전망이 형성된 데 이어 메모리 D램 가격까지 상승세를 멈춘 탓이다.
여기에 '겨울이 온다'는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보고서가 기름을 부었다.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마저 공급 과잉에 놓일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자 증시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가 한 때 크게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이밖에 반도체 산업은 'RE100'(재생에너지로 제품 생산) 대응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도 과제로 지목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친환경 선언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관련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앞서 ASML은 2040년까지 거래 기업을 포함한 모든 생산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U형 재생에너지 벨트'를 조성해 RE100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해상풍력 벨트와 태양광 벨트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어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도록 돕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동시에 반도체 기업이 전기·용수 등 인프라 시설을 지을 때 정부가 투자 비용 일부를 의무 지원하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