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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한미家 갈등 재점화···"지주사의 계열사 대표 직위 강등은 월권 행위"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한미家 갈등 재점화···"지주사의 계열사 대표 직위 강등은 월권 행위"

등록 2024.08.29 14:41

수정 2024.08.30 08:15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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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사장 '독자경영' 선언 후 '전무'로 직위 강등한미약품 "지주사 대표의 독단적 인사발령은 법률 위반"거버넌스 손상 우려도···한미사이언스 "지주사 근간 흔든데 따른 조치"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3월 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3월 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간 진흙탕 싸움이 또 다시 시작됐다.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이 주축으로 있는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이 그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위임해왔던 인사 부문 업무를 독립시키고 자체 인사조직을 별도 신설하는 등 '독자 경영'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에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3차 연합측에 있는 박재현 대표의 한미약품 사장 직위를 전무로 강등하는 등 징계성 인사조치에 나서자 한미약품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원칙과 절차 없이 강행된 대표권 남용의 사례"라고 지적하며 "지주사 대표의 인사발령은 모두 무효이며, 대표로서의 권한 및 직책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그동안 인사 및 법무 등 업무는 지주회사가 이를 대행하며 계열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아 왔다.

회사는 3자 연합이 주장해 온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위해 회사 내 인사조직을 별도로 신설하고, 이를 시작으로 독자경영을 위해 필요한 여러 부서들을 순차적으로 신설키로 했다.

그 일환으로 회사는 전날 오후 경영관리본부에 인사팀과 법무팀을 신설했으며, 이를 담당할 임원으로 이승엽 전무이사(경영관리본부 팀장 겸 경영관리본부 인사팀 팀장)를 승진시키고 권순기 전무이사를 경영관리본부 법무팀으로 위촉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자신의 관장업무에 경영관리본부를 포함했다.

문제는 임종훈 대표는 박 대표가 지주사 근간을 흔드는 기습적인 항명성 인사명령을 냈다고 지적하며 그의 직위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하는 인사조치에 나선 것이다. 다만 대표이사직은 이사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박 대표의 대표직은 유지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계열사의 대표가 이를 독립화시켜 별도 조직을 만드는 행위는 법적인 아무런 장애가 없다. 이같은 경영 방침을 지주회사 대표에 대한 '항명'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전문경영인 체제의 독립성 강화가 왜 강등의 사유가 되는지 여부조차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회사는 "지주회사 대표는 그동안 계열사의 인사, 법무 등 경영지원 관련한 스텝 기능을 수탁받아 용역 업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며, 특정 임원에 대한 강등을 단독으로 결정하려면 사내 인사위원회 등 법적인 절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며 "무엇보다 계열회사 임직원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 발령 권한이 없다"면서도 "일부 언론 보도 처럼 박재현 대표가 약품 내 신설 조직을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사내 공지 전 이같은 내용에 대해 임종훈 대표와 직접 한 차례 협의하고, 이후 임종훈 대표측 인사와도 이같은 방침에 대해 설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2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2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오히려 한미약품측은 임종훈 대표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그동안 임종훈 대표는 최근 소액주주들과의 면담에서도 확인됐듯이 주주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며 "지분 절반 가량을 보유한 대주주 연합이 주장하는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목소리는 왜 듣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절반 가량을 확보한 3자 연합이 이번 한미약품의 독자 경영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임종훈 대표의 인사 조치는) 지주사의 월권 또는 위법적인 조처로서, 엄연한 별개 주식회사인 한미약품의 이익과 거버넌스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며 "실제 박재현 대표는 한미약품 경영진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매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 갱신이라는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사내 인트라넷에 공지된 약품 발령 내용이 누군가에 의해 지속적으로 삭제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지주사 대표이사의 계열사 대표에 대한 독단적인 인사발령은 계열사 이사회 권한 침해 등을 포함한 상법 등 현행 법률에 위반할 뿐 아니라, 선진적인 지배구조 확립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독립된 계열회사가 높은 성과를 창출해야만 지주회사도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다.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독자경영 체제에 대한 진지한 성원을 해주시길 주주들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박 대표 거취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당초 계획한대로 지주회사와 차별화하는 독립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도 공고히 했다.

우선 올초부터 시작된 거버넌스 이슈 등으로 주주와 임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을 감안해,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시키는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3월 이후 다소 위축됐던 한미의 신약개발 R&D 기조를 복원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부터 빠르게 진척시켜 나갈 방침이다.

박 대표는 "한미의 시작과 끝은 임성기 선대회장의 '신약개발 철학'이 돼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양질의 의약품 개발 등 한미만이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분야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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