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개선돼 명목임금 상승···물가상승세도 둔화고령화‧저출산 및 자영업자 업황 부진은 소비회복 변수
이준호 한국은행 조사국 경기동향팀 과장은 23일 '최근 민간소비 흐름 평가' 보고서를 내고 "우리경제는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고 소비 등 내수도 당초 전망경로에는 못 미치지만 회복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과장은 그간 민간소비 회복이 지연됐던 요인으로 ▲높은 물가수준, ▲고금리 등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부담, ▲소득개선 지연 ▲여타 구조적 및 특이 요인 등을 꼽았다.
이 과장은 "팬데믹 이후 누적된 물가상승이 민간소비 회복 지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필수재 비중이 큰 생활물가의 누적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더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필수재 지출 비중이 큰 취약계층고령층·저소득가구 등이 직면한 실효물가가 여타 계층보다 높아 이들의 구매력이 더 크게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과장은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은 금리상승 손해층을 중심으로 소비여력 개선을 제약했다고 진단했다. 금리상승의 소비감소 효과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30~40대 고부채 보유자를 중심으로 기간간 대체만 고려했을 때보다 약 20%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이 과장의 설명이다.
특히 금리상승 손해층(30~40대·소득 중상층·소비수준 상위층 가구)의 소비감소가 금리상승 이득층의 소비증가를 상회할 경우 금리 상승의 소비감소 영향이 확대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중상층에서 부채수준이 높을수록 카드사용액 증가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소득개선 지연도 민간소비 부진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부진했던 가계 실질노동소득이 디스인플레이션 진전에도 올해 상반기 소폭 증가에 그쳤다. 연초 대기업 중심으로 특별급여가 줄어들어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또한 숙박·음식업, 도·소매 업종이 여타 업종보다 성장률이 낮아 자영업자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고령화, 저출산 등 인구구조 변화는 소비 회복을 구조적으로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노후대비 부족으로 크게 하락하고 같은 연령대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된 점은 경제 전반의 소비성향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또한 최근 들어 교육 등 유소년15세 미만과 밀접한 부문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저출산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승용차의 판매 부진에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민간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실적 개선에 힘입은 명목임금 상승률 확대, 디스인플레이션 진전 등으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개선되고 있어서다.
이준호 과장은 "명목임금 상승률은 올해 1분기 1.3%로 크게 낮아졌다가 4~5월(3.8%)에 높아지며 회복되는 모습"이라며 "앞으로는 정액급여 상승률이 장기평균 수준(3.5%)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기업실적 개선 영향으로 특별급여도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물가상승률이 완만하게 둔화되면서 1인당 실질임금 증가율은 올해 2분기 이후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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