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 윤리 경영' 골자로 한 고강도 쇄신안 마련올해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27.6%로 '낙제점'신뢰 회복 최우선 과제···'집행임원제도' 투명성 강화
앞서 남양유업은 올해 처음 발간한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핵심지표 준수율 27.6%를 달성해 사실상 지배구조 '낙제점'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새 주인 한앤코가 고강도 쇄신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준법 윤리 경영을 위한 고강도 쇄신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내부 사고를 최소화하고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자율적인 내부 통제 장치를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내부 통제 장치로는 '준법통제기준'을 제정해 따른다.
이미지 쇄신은 경영권 분쟁 종결 후 최우선 과제로 꼽힌 사안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1년 불가리스 사태로 약 3년간 분쟁을 지속한 끝에 한앤코 품에 안겼다. 기업이 보유한 브랜드 경쟁력과 제품력이 강하단 평가를 받았음에도 소비재 기업으로서 망가진 기업 이미지 회복이 시급하다고 여겨졌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남양유업은 2020년 매출 1조원 아래로 하락, 적자 전환한 이후 5년 연속 뒷걸음질 치는 상황이다. 이는 남양유업의 기업 이미지가 대리점 갑질 및 오너리스크로 얼룩지면서 소비자 불매운동을 겪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엔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한 23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사업군과 제품 포트폴리오 선제적 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남양유업은 올해 첫 발간한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에서도 핵심지표 준수율 27.6%로 미진한 성적을 받았다.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는 상장기업이 핵심원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경영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상장 기업 지배구조의 표준화 기준으로 여겨진다. 또 작년 ESG기준원이 발표한 ESG 지배구조 등급도 최하위인 D등급을 받은 바 있다.
남양유업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집행임원제도'다. 집행임원제도는 업무 집행만 전담하는 집행임원을 두는 제도다. 이사회는 의사결정과 업무 집행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지고, 집행임원은 효율적인 경영 업무 집행이 가능해진다. 경영 투명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집행임원으로는 김승언 경영지배인을 재선임했다. 김승언 대표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경영권 분쟁이 이어진 약 3년간 비상경영체제를 이끈 인물이다. 김 대표는 2001년 남양유업에 입사해 생상전략본부장, 기획마케팅본부장, 수석본부장, 경영혁신위원장 등을 지냈다.
한앤코가 '정통 남양맨' 김승언 대표를 선임한 배경으로는 경영 안정화에 초점을 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남양유업은 지난 5월 대표집행임원 직속의 준법경영실을 신설해 투명 경영에 더욱 힘을 실었다. 실장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이상욱 전무를 영입해 준법지원인 직급에 선임했다. 해당 직급은 기존 팀장에서 임원급으로 격상되면서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했다.
남양유업은 준법·윤리 경영을 감독할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도 이달 설치할 계획이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남양유업의 준법 윤리 경영 정책 및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을 검토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준법 감시 역할을 한다.
이상욱 남양유업 준법경영실장은 "준법경영에 관한 규범과 체계를 정립해 비윤리적 불법 이슈를 사전에 예방하고, 임직원의 위법·비윤리 행위 적발 시 행위자 신상필벌 및 관리자 관리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에 대해 예외 없이 무관용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직원 준법의식과 청렴 감수성을 제고하고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도모함으로써 고객에게 신뢰받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향후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 케어'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국내 출산율 하락 및 우유 소비인구 감소로 유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남양유업은 2030세대·시니어 소비자를 공략한 단백질 음료 브랜드 '테이크핏'을 선보이고, 비건 트렌드에 따른 식물성 음료 제품군 등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단백질 음료 시장은 다른 유음료와 달리 성장하고 있다. 마켓링크에 따르면 국내 오프라인 시장 기준 단백질 음료는 2021년 339억원에서 2023년 1098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성장했다. 남양유업의 테이크핏은 올해 상반기 해당 시장에서 매출 기준 1위를 차지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시장 후발주자로 뛰어들며 소비자 니즈에 맞는 맛과 영양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100년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자 연구, 개발 등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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