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시 서구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벤츠 화재 사고로 피해 차량은 모두 140여 대, 전소된 차량만 72대로 확인됐다. 아파트 14개동, 1581가구에는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주민 822명은 이재민이 됐다. 화재 5일 만인 6일에는 기아 EV6가 불탔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전기차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벤츠 전기차에 쓰인 배터리는 중국 파라시스가 만들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집계 결과 시장 점유율 9위를 기록한 기업이다. 사실상 '듣보잡' 기업이 만든 배터리가 1억원이 넘는 차량에 탑재된 것이다. 지난 2018년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그룹이 파라시스와 대규모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벌어진 결과다.
화재(火災) 배터리에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가 쓰였다. LFP(리튬인산철)보다 화재 위험성에 취약하다. 더군다나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후발업체가 만들다 보니 화재를 재해(災害)로 키웠다. "전기차가 정말 대세 맞냐", "이러면 누가 구매하냐",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쏟아진다. 공포의 전기차로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배터리사는 기술 개발의 최우선 과제로 대게 주행거리 확대를 꼽는다. 기사 제목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꿈의 주행거리', '한번 충전으로 1000km 주행' 등이 자주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전기차 시대로 가기 위한 '키'는 안전성이 됐다. 서울에서 부산을 몇 번이나 왕복하든 불타면 끝이다.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은 단연 배터리다. 그런데 어떤 기업의 배터리가 쓰이는지 소비자는 확인할 길이 없다. '깜깜이 정보'라 뒤통수 맞기 쉽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가 대표적이다. 내년 2월부터 배터리가 안전 기준에 부합한 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오는 13일에는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제조업체와 '배터리 정보' 공개를 두고 논의하기로 했다. 외국 제도를 따라가겠다는 취지다. 오는 2026년 유럽연합(EU)은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미 캘리포니아주도 '배터리 라벨링' 항목을 통해 제조사 등 배터리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전기차 판매량은 제조사보다 배터리 기업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소비자가 현대차, 벤츠, BMW 등이 아닌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안전성 신뢰도를 더 높여야 하는 이유다. 전기차가 배터리 브랜드에 의해 좌우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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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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