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익 관련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분 1조3780억원고수익 차종 인기에 年 영업이익 30조원 달성 유력주요국 기준금리 조정 따른 환율 하락이 미래 변수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5일과 26일 연달아 2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올 2분기 현대차는 45조206억원의 매출과 4조27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기아는 27조5679억원의 매출과 3조6437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두 회사 모두 분기 기준 최고 실적 신기록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완성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감소했다. 현대차는 1년 전보다 0.94% 줄어든 206만1883대의 완성차를 팔았고, 기아는 1.39% 감소한 155만4032대의 차를 각각 판매했다.
지난해와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 합계를 비교하면 1년 전보다 1.1%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량 감소의 주된 원인은 내수 자동차 시장의 부진 탓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자동차 구매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요 둔화기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의 판매량 감소도 전체적인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차가 덜 팔렸는데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 것은 그 자체로 반어적인 일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서 현대차와 기아가 지닌 특수성이 한몫을 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상반기 실적을 견인한 최대 효자는 역시 환율 상승 덕분이다. 올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년 전보다 4.3% 오른 1371원이었다. 1분기에도 평균 환율이 1년 전보다 4.1% 상승하면서 현대차와 기아 모두에 상당한 이익을 안겨줬다.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상반기 환율 상승 덕에 앉아서 번 이익 증가분은 무려 1조원이 넘는다. 현대차는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액이 6510억원에 달했고 기아는 727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합계 이익 증가분은 1조3780억원이 된다.
환율 상승 외에도 두 회사의 실적에 호재 역할을 한 것은 고수익·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량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고수익·고부가가치 차종으로 분류되는 차종은 스포츠 다목적 자동차(SUV)와 친환경 자동차가 꼽힌다. 대당 단가가 세단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SUV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세단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아의 중형 SUV인 쏘렌토는 올 상반기 내수 자동차 시장의 베스트셀링 카 자리에 올랐고 현대차의 중형 SUV인 싼타페는 그 뒤를 이었다.
쏘렌토와 싼타페 외에도 두 회사가 내놓는 SUV 모델은 그야말로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판매한 완성차 중에 절반 이상은 SUV로 채워질 정도로 SUV의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인기도 뜨겁다. 현대차의 경우 2분기 하이브리드 차종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보다 2.5%포인트 증가한 11.6%로 집계됐다. 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 역시 1년 전보다 1.3%포인트 늘어난 11.7%로 나타났다.
두 회사의 경영 실적은 하반기에도 쾌속 질주할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내내 뜨거웠던 SUV와 하이브리드 차종의 인기 지속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환율 역시 하반기에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두 회사의 역량만으로 연간 영업이익 30조원 시대를 열 수 있느냐로 쏠린다. 현대차와 기아의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는 14조9059억원으로 1년 전보다 5.6% 늘었다. 현재의 페이스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익 총액이 30조원을 너끈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수는 있다. 하반기 주요국 기준금리의 인하 여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으로 미국 기준금리를 낮추면 원-달러 환율은 내려간다. 환율이 내려가면 수출 의존도가 큰 현대차그룹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기아의 실적 발표회 중에도 이 우려가 등장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겸 부사장은 "하반기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금리와 연동되는 환율의 절상 문제가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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