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감소에도 영업이익 전년比 0.7% 증가인기 식을 줄 모르는 SUV, 실적 신기록 '효자'환차익 덕에 상반기 중 6510억원 앉아서 벌어
현대차는 25일 진행한 2분기 경영 실적 발표 기업설명회를 통해 45조206억원의 매출을 올려 4조27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창사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으로 1년 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6%와 0.7% 증가했다.
수익성의 호조 여부를 따지는 영업이익률은 9.5%로 1분기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현대차의 분기별 영업이익률이 9%대로 다시 올라선 것은 지난해 3분기(9.3%) 이후 3개 분기 만의 일이다.
현대차는 2분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적은 판매량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는 올 2분기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총 105만7168대의 차를 판매해 1년 전보다 판매량이 0.2% 감소했다.
경기 불황 장기화와 고금리 기조 지속의 영향으로 내수 자동차 시장의 구매 수요가 떨어지면서 국내 판매량이 10% 가까이 줄어든 탓이다.
그럼에도 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는 SUV 차종의 인기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발생 덕분이었다.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 SUV의 인기도는 매우 뜨겁다. 매달 5000대 이상 꾸준하게 판매되고 있는 중형 SUV '싼타페'는 올해 판매량이 4만대에 육박하고 있고 제네시스 브랜드로 판매 중인 GV 시리즈 역시 인기가 매우 높다.
현대차의 차종별 판매 비중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54.8%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늘었다. GV 시리즈의 판매까지 합치면 SUV 판매 비중은 58.4%까지 높아진다.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된 현대차 제품 10대 중 6대는 SUV라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SUV는 일반 세단 승용차보다 대당 판매 수익이 높기 때문에 소위 '고부가가치 차종'으로 분류된다. SUV의 대당 단가는 세단의 대당 단가보다 대략 20~30% 비싸기 때문에 많이 팔면 팔수록 회사로 돌아오는 이익이 더 커지게 된다.
또 다른 고부가가치 차종인 하이브리드 차의 인기 상승도 현대차의 이익 규모를 키운 효자가 됐다. 친환경 자동차 판매 비중에서 하이브리드 차종의 비중은 지난해보다 2.5%포인트 증가한 11.6%로 집계됐다.
특히 전기차의 판매 감소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판매량 증가가 전기차의 부진을 상쇄하면서 실적 선방에 영향을 미쳤다.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 상승도 현대차의 실적에 날개를 달아줬다.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년 전보다 4.3% 오른 1371원이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해 현대차가 얻은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분은 각각 5720억원과 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미 현대차는 올 1분기 평균 환율 상승 덕에 각각 251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봤다. 이른바 '킹달러' 현상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6510억원의 이익이 더 번 셈이 됐다.
현대차는 단기적으로 하이브리드 차종 중심의 마케팅을 펴면서 동시에 전기차 구매 수요 회복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라인업을 확대하고 캐스퍼 일렉트릭(해외 모델명 인스터)을 출시하는 한편 하이브리드 라인업 기술 개발과 라인업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승조 기획재경본부장 겸 전무는 "하반기에도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 증가 효과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수익성 제고를 경영의 핵심 기조로 세워 연초에 내세웠던 목표 성과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향후 미국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대통령 선거에 대해 유기적 대응을 강조했다. 이승조 전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지역별 불확실성에 유기적으로 대응코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인도법인 상장에 대해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올해 안에 상장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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