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한 통에 5억 송금한 비상식적 행동에 의구심 증폭 나비는 횡령 감추기 급급···"관리 벗어난 공익법인 민낯"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나비에서 근무한 직원 A씨는 현재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경찰 수사와 검찰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을 종합하면 A씨는 약 4년간 노 관장 명의로 4억3800만원 상당을 대출받고 노 관장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에서 예금 11억9400여 만원을 빼내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A씨는 노 관장을 사칭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미술관 재무담당자 B씨에게 보내 '상여금 명목' 현금 5억원을 개인 통장으로 보내도록 지시하는 등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는 전언이다.
문자 한 통에 개인계좌로 넘어간 공금 5억원···내부 시스템 도마 위
다만 의아한 대목은 A씨의 요구에 B씨가 즉각 노 관장 명의 통장으로 돈을 보냈다는 데 있다. 관장의 말투를 따라해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고 B씨는 진술했으나, 확인 없이 공금 5억원을 개인 계좌로 입금한 것은 평소에도 비슷한 지시가 있었기 때문 아니겠냐는 의구심에서다.
공익법인은 국가보조금과 기부금 등을 통해 운영된다. 따라서 자금과 관련해선 직원 '교통비'까지 공시자료에 기입할 정도로 꼼꼼히 관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설령 공금 5억원을 개인 계좌로 입금하라는 일종의 '횡령' 지시가 떨어졌다면 거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B씨의 경우 7개월간 노 관장에게 사실을 확인하기보다 상여금을 통해 발생하는 세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상의하려는 듯한 정황마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트센터 나비와 같은 공익법인이 거액의 현금을 들고 있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의식도 존재한다. 20년간 보조금·기부금을 쓰지않고 비축하는 데 급급했던 것처럼 비쳐서다. 실제 재무제표를 보면 이 미술관은 8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수년전엔 그 액수가 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반면, '공익목적사업' 지출은 한 해 5억원(예술진흥·교육 등)에 불과하다.
한 달에 1000만원씩 빠져나가도 무반응···노 관장 재산 얼마길래?
5년간 약 20억원이 사라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노 관장을 놓고도 외부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다보니 한 달에 500만~1000만원씩 빠져나가는 정도는 가볍게 생각한 게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최태원 회장과의 이혼 소송을 통해 법조계에 공개된 노 관장의 재산은 최소 200억원 이상이다. 현금 외에도 주식·국공채·사채 등에 적극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시로 투자자금을 굴렸다면 1000만원 정도는 변동성에 따른 변화로 착각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 재산이 많기에 비서 횡령을 뒤늦게 알았다는 사실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으면서 아트센터 나비가 서린사옥에서 나가면 죄 없는 직원을 모두 해고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공익법인의 사유화···관리체계 개선해야"
노 관장을 단순 피해자로 봐야하느냐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정황을 종합할 때 아트센터 나비가 '공익법인 사유화'라는 논란을 비켜 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비서 A씨는 '관장'의 일정 관리 등 보조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A씨가 노 관장의 인감도장과 신분증 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 노소영 씨'의 개인 업무까지 처리했을 것이라는 인식이 짙다. 공익법인의 사적 활용에 해당한다.
실제 노 관장이 취득한 상여금은 아니지만 재무담당자 B씨가 허위 인건비 지급을 당연하게 실행한 점만으로도 논란이 된다. 이 역시 아트센터 나비 내부에 '미술관은 관장 개인회사'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아트센터 나비'는 지난 4월 말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횡령에 관한 어떠한 내용도 기재하고 있지 않다. 미술관 피해 상황 등을 주석 등에 기입해야 하나, 의도적으로 숨기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개인간 사기가 아닌 일부 공익법인의 관리 부실과 사유화라는 사회적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한 개인이 수십 년간 외부의 감시와 견제 없이 공익법인을 장악했을 때 부작용을 파악해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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