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초기 내연기관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 데는 민족주의도 톡톡히 한 몫 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의 완성차기업 모두 국가적 지원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체력을 비축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한국인=국산차 구매'가 주요 역할을 했다. 자동차산업 자체가 만들어내는 일자리 창출 및 경제적 효과가 막대해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개별 기업의 덩치가 커졌고 이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원했다. 그 결과 지역 또는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부문은 새로운 흐름이 하나 포착된다. 자유무역을 표방하되 한편에선 국가 주도의 직접 개발 움직임이 역력하다. 내연기관 대비 기술 진입 장벽이 낮고 민족 자긍심에 호소했을 때 충분한 시장 수요가 존재하는 탓이다. 실제 지난 2018년 튀르키예는 정부 주도로 통신사, 가전기업, 증권거래소, 철강사 등을 독려해 토그자동차(Togg)를 설립시켰다. 튀르키예 정부는 '토그'를 튀르키예의 국산차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실제 착수했다. 태국 또한 국영 석유기업 PTT를 앞세워 전기차 개발 및 생산을 준비 중이며 사우디아라비아도 예외는 아니다. 베트남은 이미 빈패스트(Vinfast)가 국산차라는 점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적극 어필 중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선 베트남 뿐 아니라 미국 현지 공장 설립에도 착수해 최대한 빠른 영역 확대 의지를 표명했다.
개별 국가 뿐만이 아니다. IT 및 가전 기업의 EV 진출 또한 활발해서다. 로봇청소기로 유명한 중국의 로보락이 EV 시장에 진입했고 화웨이는 이미 개발에 참여한 EV 판매를 공동 수행 중이다. 일본의 소니와 혼다 또한 서로 손을 맞잡고 EV 제품을 준비 중이다. 심지어 배터리 회사의 EV 확장도 시작됐다. 세계 최대 배터리기업 CATL은 전기차 샤시를 만들어 제공 중이다. 아직 완성차 제조는 하지 않지만 배터리팩과 샤시를 일체형으로 만든 하드웨어 플랫폼을 필요한 기업에 제공한다.
걱정은 자동차 민족주의 성향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다. 암울하지만 EV 부문일수록 민족주의 소비 성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전기차 내수 판매는 애국주의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 그러자 유럽은 중국산 EV에 고율의 관세 부과를 저울질 중이며 미국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아예 중국 EV를 배제했다. 한 마디로 시장 진입 자체를 막은 셈이다. 그럴 때마다 영향과 파급은 한국에도 미치기 마련이다. 빗장을 걸 때마다 현지 생산 외에 돌파구가 떠오르지 않지만 현지 생산이어도 민족주의 확산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민족주의에 기반한 애국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것 또한 현지 도태인 탓이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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