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통신사 변경 시 위약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제공하는 '전환지원금' 얼개가 잡혔고, 정부는 향후 갤럭시S24를 '사실상 공짜'로 살 수 있게 된다고 홍보했다. 국민들은 환호했다.
국민들의 기대가 깨지는 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정부의 말과 달리 지원금이 배정된 단말기는 출시 1년도 더 된 기기에 한정됐고, 규모도 최대치의 4분의 1 수준인 13만원에 불과했다. 여기저기서 "그러면 그렇지"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결국 대통령실까지 나서 "고금리, 고물가로 국민적 고통이 가중된 상황에 따른 통신 3사의 책임 있는 결정"을 촉구했다. 전환지원금 지급 대상과 규모를 더 늘려 실질적인 국민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에 힘을 보태라는 일종의 압박으로 읽혔다.
곧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만났고, 전환지원금 규모가 최대 30만원대로 상향됐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최대 전환지원금을 받으려면 월 12만원이 넘는 최고가 요금제를 써야 하는 데다, 가장 수요가 많은 최신형 단말기에 대한 지원금은 여전히 10만원 안팎으로 책정된 결과다.
지원금을 10~20만원 더 받고자, 눈여겨 본 최신형 단말기를 포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터다.
실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전환지원금이 시행된 지난달 번호이동 수는 52만4762건으로 지난 1~2월과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전환지원금이 발생하는 통신사 간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순감한 반면, 알뜰폰으로 간 고객만 전월 대비 4만5000명가량 늘어났다.
지금까지만 보면 전환지원금은 빠르게 성과를 내고자 하는 정부와 이에 부응해야 하는 통신사들의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는 그간 한쪽의 강력한 니즈로 관철된 정책들이 실패한 사례를 경험해 왔다. 2022년 전격 도입된 '이심'(eSIM)이 하나의 예다. 이심은 물리적으로 삽입하는 유심(USIM)과 달리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하는 방식의 단말 가입자 식별모듈(SIM)이다. 하나의 단말기로 두 개의 번호를 쓸 수 있어 회사 업무와 사생활을 분리하려는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정부도 이런 니즈에 힘을 실어줬는데, 통신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이심 도입을 만류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은 됐으나 통신사 간 가격 경쟁이 불붙지 않았고, 다양한 제약이 걸리며 'K-이심'(해외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사용)이라는 비아냥까지 받게 됐다. 서브(보조) 회선은 부담 없는 가격이 중요한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물론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부 노력도 인정해야 한다. 다만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규모가 작더라도 더 많은 논의를 거쳐 통신 사업자들도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실효성 있는 방안을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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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Limjd8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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