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위한 진보'···수소·SW로 미래차 대전환 목표"후대 위해 준비해 놓는 것"···꺾이지 않는 수소 뚝심"갈 길 멀다" 냉정한 평가 속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사명감을 품고 새로운 도전과 변화에 나선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수소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모든 면에서 편하게(Ease every way)'를 주제로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수소 솔루션과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한 미래 청사진을 내놨다.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과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기반의 대전환을 통해 '인간 중심적인 삶의 혁신'을 일군다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칠전팔기 '수소차' 뚝심···후대를 내다보는 기업가 정신
현대차는 1998년 수소 연료전지 연구개발(R&D)을 시작으로 25년 넘게 수소 산업에 적극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넥쏘)를 양산한 현대차는 수소전기버스, 수소전기트럭 등 수소전기차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오히려 대기 중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연료효율은 50~60%에 달하고 전기차 대비 비교적 짧은시간에 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인프라의 한계로 수소 사업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소를 생산·저장하고 운송하는 과정이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탓이다.
특히 국내 유일한 승용 수소전기차인 넥쏘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1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넥쏘의 판매 감소율은 현대차의 전용 친환경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차 관련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지만 지난 2018년 넥쏘 최초 출시 이후 수소차 양산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세대 넥쏘 출시가 계속 미뤄지고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수소연료전지차에 투자를 멈췄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수소전기차의 판매 감소는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선 회장은 뚝심있게 미래 성장 동력으로 '수소'를 밀어붙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는 수소 사업 주요임원을 교체하면서 다시 수소전기차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도 수소가 현대차를 넘어 그룹의 미래 전략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공고히 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수소 (대중화가) 어렵다고 하는데 누군가는 해야 하고 안 하면 (다른 업체에) 뺏길 수 있다"며 "여러 가지 부침이 있지만 사명감을 갖고 과감하고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의선 회장은 따로 발표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소는 우리가 아닌 후대를 위해 준비해 놓는 것"이라고 답하며 수소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결국 수소가 전 세계 국가들이 짊어져야 할 '탄소중립'의 해결책 중 하나라고 보고 단기 성과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가정신을 드러낸 것이다.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길 'HTWO Grid' 솔루션을 발표했다.
HTWO Grid는 현대모비스·현대로템 등 그룹 내 계열사를 하나의 가치사슬로 엮고 각자의 역량을 그물망처럼 연결해 생산부터 활용까지 수소 사업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 회장과 사촌지간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만남이 주목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HD현대 전시관을 방문한 정 회장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이 공개된 '제로 사이트'에 가장 큰 관심을 드러냈다. 수소를 중심으로 범현대가 협업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향후 현대차는 자체적인 수소 생태계를 구축해 연간 수소 소비량을 2035년 300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2025년에는 수소차 넥쏘(NEXO)의 후속 모델을 공개한다.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미래형 도심 모빌리티로 가는 길
정의선 회장이 그리는 미래차의 또 다른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사용자 중심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해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전환을 위한 그룹 중장기 전략 'SDx(Software-defined everything)'는 모든 이동 솔루션과 서비스가 자동화·자율화하고, 끊임없이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각자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가장 최적화되고 자유로운 이동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이 바로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다.
현재 현대차는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날 정 회장은 SDV 전략과 관련해 "갈 길이 멀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정 회장은 '올해 그룹에 전할 메시지'를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안전을 위해서 IT를 많이 접목시킨 것이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대차는 앞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떼내 따로따로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각각 개발과 업데이트가 가능한 SDV를 만들고, 이 SDV로 축적한 이동 데이터를 인공지능(AI)과 접목한 후 다양한 이동 솔루션으로 확장해 로지스틱스, 도시 운영 체계와 연결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이를 위해 사용자 경험 강화가 중요한데 현대차는 외부 개발자들이 참여해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X)를 만들고,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음성어시스턴트와 AI 내비게이션을 적용할 계획이다.
송창현 현대자동차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며 "세상의 모든 이동을 지식과 혁신의 원천으로 삼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모빌리티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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