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장기화···'가성비' 찾는 소비자 늘어한풀 꺾인 보복 소비에···'수익성' 확보도 발목소비심리 위축 심화되자···해외서 돌파구 모색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 장기화다. 보복 소비 열풍이 한풀 꺾임과 동시에 내수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찾는 소비자들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ODM·OEM 성장 날갯짓···대기업은 '부진'
뷰티업계 양대 산맥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 라인을 주력으로 구축하고 있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합리적인 가격은 물론 높은 제품력을 자랑하는 인디 브랜드들의 약진에 힘입어 성장세를 거듭했다. 뷰티업계 사이에서 고물가 속 가성비 기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각 업체들 간 실적에서도 성장세는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지난 1~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고 4분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두 업체는 올해 연간 매출 2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다만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부진은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양사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해외 사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면세 등 주요 채널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가성비 높은 화장품에 대한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LG생활건강은 '더후',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등 양사가 주력하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 했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올해 프리미엄 브랜드 '에스트라'와 '라네즈', 데일리 뷰티 브랜드 '일리윤', '라보에이치' 등이 선전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콧대 높은' 명품···인상 행렬에 열기도 시들
코로나19 기간 동안 보복 소비와 리셀(재판매) 트렌드에 힘입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명품 브랜드의 열기도 차츰 식어가고 있다. 국내 명품 시장은 그간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감소하는 '수요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곳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명품 대신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글로벌 명품 업계의 가격 인상이 잦아지면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한층 증대됐다. 명품 브랜드들은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제작비 상승, 원·달러 환율 변동 등에 따라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내비치지만 최근 인상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인상 폭도 가팔라지고 있다.
앞서 3대 글로벌 명품 브랜드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올해에 들어서면서 가격을 이미 1~2회가량 줄줄이 올린 상태다.
역기저 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 명품 산업이 지난 2년간 국내에서 코로나19로 급격하게 호황을 누렸던 만큼 올해 성장률은 이에 비해 다소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 지출액은 168억달러(약 21조원)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4% 증가한 규모다.
특히 1인당 명품 소비 금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미국 280달러(약 36만원), 중국 55달러(약 7만원) 등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그럼에도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내년 1월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명품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매출 증대를 노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찬바람' 부는 패션업계···수익성 직격탄에 울상
국내 패션업계는 올해 기저부담 심화와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때 아닌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로 수익성도 휘청거렸다.
단 일찍이 신(新)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했던 삼성물산 패션은 이러한 영향을 상쇄시켰다. 신명품은 기존 에루샤 등 해외 명품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국내 브랜드보다는 높은 가격대로 이뤄져 젊은 2030세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 패션은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갔지만 뒤늦게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 LF,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 등은 일제히 하락 곡선을 그렸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물산 패션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290억원)보다 13.8% 증가한 330억원을 기록했다.
이외 패션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섬은 3분기 영업이익이 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0%(326억원) 감소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핵심 브랜드들과의 계약 종료 여파로 75.1%(242억원) 줄어든 60억원을 거뒀다.
LF의 3분기 영업이익은 145억원으로 51.6%(298억원) 감소했고 같은 기간 코오롱FnC의 영업손실은 1억원에서 99억원으로 불어났다.
패션업계는 계절적 성수기인 4분기부터 실적 회복이 속도를 내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간 악화된 수익성을 모두 상쇄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패션·뷰티업계, 해외 영토 개척···사업 확장 '사활'
이에 국내 패션·뷰티 기업들은 한류 인기에 힘입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등 글로벌 영토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보다 한국 문화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토종 브랜드들의 선호도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뷰티업계는 과거 중국을 중심으로 사업 전개에 나섰지만 최근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 중동, 오세아니아, 북미 등의 국가로의 진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패션업계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섬은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시스템옴므'를 앞세워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해 매년 20여개국의 50여 홀세일 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영업망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또 한섬은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여성복 브랜드 '타임'의 신규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LF는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의 베트남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헤지스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 장띠엔 백화점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이로써 헤지스가 베트남에서 운영하고 있는 매장은 9개로 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에 들어서면서 여성 캐주얼 시장에서 최정상 브랜드로 입지를 굳힌 '스튜디오 톰보이'를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yuns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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