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반기 국내외 바이오제약 산업 동향IPO 기업 증가 시 바이오텍 투자 환경에 '활력'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눈길'···국내서도 주목
17일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바이오 이코노미 브리프 '2023년 상반기 국내외 바이오제약 산업 동향'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사의 주가 수익률은 지난 1분기 대비 2분기(7월 기준)에 11.6% 하락하며 KOSPI 및 KOSDAQ 대비 상대 수익률이 각각 25.1%, 25.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초인 5월에 주가 상승이 빠르게 진행되기는 했지만 다시 하락한 상황이다.
국내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투자 현황을 보면, 올 상반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를 기록했다.
투자금 조달에 성공한 기업은 37곳으로, 총 3225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 중 헬스케어에 해당하는 기업 15개 사가 1212억원 조달에 성공했고, 뒤를 이어 신약 개발 13개 사(1284억원), 커머스 및 위탁생산 5개 사(437억원), 진단 및 기타 4개 사(291억원)로 나타나 자금 조달을 마친 헬스케어 업체 수가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 수를 앞섰다.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국내 기업들은 대규모 신규 투자보단 기업의 가치를 현실화시키거나 보다 전략적인 투자를 위해 M&A에 나서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바이오제약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만 총 27건의 M&A가 성사됐으며, 규모는 약 3조 2000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는 총 6건의 M&A 계약이 체결됐다. 대표적으로는 디엑스앤브이엑스(Dx&Vx)가 신약개발플랫폼 기업 에빅스젠 지분 약 63%를 152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4월 밝혔다. 회사는 이번 에빅스젠 인수를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함과 동시에 신약 및 백신 개발에 대한 자체 기술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300억원을 투자해 다중표적 항체 기술을 보유한 프로젠의 38.9% 지분을 보유하는 단일 최대 주주가 됐다.
디지털 통합물류 솔루션 기업 로지스팟은 의약품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려택배의 지분 100%를 33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M&A 거래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M&A 규모는 800억달러(약 108조2320억원)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화이자가 시젠(Seagen)을 인수하기 위해 430억달러(약 58조1750억원)를 투자한 것이 올해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거래로 꼽히고 있다.
이는 제약사들이 어려운 경제적 시기를 활용하는 볼트온(Bolt on) 거래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협회 측 분석이다. 볼트온은 동종업계 기업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연관 업종의 사업체를 인수해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자금조달이 필요한 비상장 기업들은 잇달아 상장 추진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기업들은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엔솔바이오사이언스 ▲와이바이오로직스 ▲유투바이오 ▲에스엘에스바이오 등 총 5개 사이며, 이 중 엔솔바이오사이언스와 유투바이오, 에스엘에스바이오는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 상장에 나선다.
올 상반기 심사를 승인받은 기업은 ▲큐라티스 ▲에스바이오메딕스 ▲파로스아이바이오 ▲프로테옴텍 등 4개 사다.
바이오협회는 "바이오제약 분야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한 면이 있었으나 IPO 기업이 증가하게 된다면 비상장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과 바이오 투자 생태계 전반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며 "특히, 올 상반기 처음으로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 대비 헬스케어 기업이 많아져 바이오제약 분야의 투자 트렌드가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헬스케어로도 확장될 가능성을 보였다"고 부연했다.
한편, 바이오협회는 최근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독자적 기술로 글로벌 시장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제약·바이오 주가지수는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었는데 2분기에 1410억달러(약 190조7590억원)가 증가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여기에는 비만치료제를 개발·보유 중인 일라이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등의 가치상승이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노보 노디스크는 1일 1회 투여 방식의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 계열 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와 투여 편의성을 더 높인 같은 계열의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보유 중이다.
특히 위고비는 현재 공급량 부족 사태를 겪을 정도로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분기에만 약 7억3500만달러(약 9944억원)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는 지난해 당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가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마운자로는 GLP-1과 더불어 또 다른 호르몬인 'GIP'에 이중 작용해 위고비보다 뛰어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임상3상 시험에서 최대 24kg의 체중 감량을 기록하는 등 전례 없는 체중 감소 효과를 보여줬으며, 주 1회 피하주사 방식으로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28억달러(약 4조원)에서 오는 2028년 167억달러(약 2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치료제를 필수의약품 목록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이슈로 주요 기업인 일라이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등의 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국내 비만 치료제 관련 기업들의 주가 또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코스닥 상장사인 펩트론은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해 스마트데포 기술이 적용된 당뇨·비만치료제의 기술수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한국인 맞춤형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해 지난 2020년 사노피가 반환한 장기 지속형 GLP-1 바이오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후속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협회는 "한미약품, 펩트론 등 국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을 진행하거나 새로운 기전· 제형 변경 등으로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독자적인 기술의 기술수출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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