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전통 금융업과 빅테크 간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며, 빅테크를 중심으로한 여러 플랫폼 제재안들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움직임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새로운 혁신 속도가 늦어지고 있고, 중소형 핀테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처럼 성장의 기회가 많이 줄어들고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 시작은 달랐다. 2019년부터 정부에서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시작으로 핀테크를 육성하려는 노력을 대대적으로 기울였다. 필자 역시 규제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에게 대출 정보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본인에 대한 대출정보를 받아와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시도하고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전세계 어디를 살펴보더라도 개인정보 및 신용정보의 표준화와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정보 API를 설계하여 추진한 마이데이터 사업은 전례가 없을 정도다. 위 두 가지 제도를 해외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면 다들 놀라워한다. 한국은 디지털 전환이 가장 빠르게 되는 국가 중 하나인데, 이렇게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핀테크 시장에 대해서 더 많은 미래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고, 이는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까지 한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와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주요 인프라와 시스템을 만들어두었는데 현재 이를 더욱 발전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주요국 핀테크 산업의 발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6위로 전년 대비 8계단이나 하락했다. 또한 전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업종 및 기업규모를 살펴본 결과 전체 224개 중 139개(62%)가 대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업종별로는 핀테크 분야의 경우 대기업은 3건만이 지정되어 있고, 중견·중소기업은70건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금융투자에 65건, 은행·보험·카드 분야에 64건의 서비스가 지정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핀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대기업의 기존 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방편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최근 이런 중소형 핀테크들의 어려움을 감지하고, 지난 9월 말에는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 주재로 초기·중소형핀테크 기업과의 첫 번째 간담회를 열었다. 핀테크 금융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금융규제 및 혁신서비스 분야 건의사항'을 나누는 자리였고, 필자가 운영하는 핀다와 더불어 뱅크샐러드, 피플펀드 등 16곳의 핀테크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모든 기업들이 하나같이 전체적으로 금융기관과 빅테크의 경쟁구도로 인해 혁신과 플랫폼 자체 육성에 대한 속도가 저해되다보니, 중소형 핀테크 입장에서 거시적인 이유와 더불어 투자받기가 더욱 어렵고, 성장 기회 자체를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을 호소했다.
혁신금융서비스와 같이 규제 샌드박스는 원래의 목적에 따라,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활성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더 작은 규모의 기업일수록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시작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본 회사들에게 금융당국에서도 직간접적인 투자를 활성화시킨다면, 이 제도를 통해 시작하고 성장하고 성공한 기업들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여, 다시 새로운 기업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본질을 되살리기 위한 동일기능 동일규제의 기조는 옳은 방향이라 생각하지만, 그러한 불길이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있는 중소형 핀테크 생태계를 축소시키는 부작용을 낳아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청년들이 창업을 꿈꾸고, 중소형 기업들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하고 지켜가는 데에도 많은 관심과 제도의 지원이 지속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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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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