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8·13 주택 신속 공급 대책의 후속 방안으로 수도권 신규 택지 총 10만4000가구 공급 계획을 내놨다. 서울 경계에서 약 5㎞ 이내에 택지를 확보하고 2030년 내 착공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하고 중장기 공급 부족 우려를 덜겠다는 취지다.
주택 공급 물량에 비해 구체적인 교통대책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급을 늘리더라도 교통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거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집을 짓는 속도에 맞춰 교통망을 갖추지 못하면 서울 외곽에 또 다른 '교통지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선교통 후입주'를 내건 3기 신도시에서 이미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입주 일정은 다가오는데 광역교통시설은 제때 완성되지 않는 상황이다.
12월 3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입주하는 인천 계양이 대표적이다. 약 1만8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으로, 이재명 대통령도 현장을 찾아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지만 교통대책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당초 광역교통대책에 포함됐던 S-BRT(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는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인근 부천 대장과 연결되는 대장홍대선 연장도 추진 단계에 머물고 있다.
다른 3기 신도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내년 입주를 앞둔 부천 대장과 고양 창릉을 비롯해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도 주택 입주와 교통망 개통 시점이 엇갈리고 있다.
신규 택지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이번 대책에서 추가 공급 물량이 가장 많은 김포아라지구에는 3만7000가구가 계획됐다. 서울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지만,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단계로 실제 착공과 개통까지는 추가 절차가 남아 있다. 혼잡도가 이미 극심한 김포골드라인을 고려하면 대규모 주택 공급에 따른 교통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는 공급 대책을 발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집을 짓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입주민의 삶까지 고려하는 일이다. 주택 공급 일정에 맞춰 교통망 구축 계획을 구체화하고, 입주 초기 교통 공백을 메울 실효성 있는 대체 교통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공급이 이뤄지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공급 확대가 주택시장 안정의 중요한 조건인 것은 분명하지만, 주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주거 안정까지 완성되지는 않는다.
서울로 향하는 교통이 불편하고 생활 기반시설이 부족한 지역은 실수요자의 선택에서 밀려나기 쉽다. 지역 간 집값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현실적인 교통대책 없이 공급 물량만 늘려서는 주거 만족도는 물론 집값 안정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뉴스웨이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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