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를 낮추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미국인들의 생활비 부담은 여전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 10명 중 약 8명이 물가 상승에 트럼프 행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고물가로 외식과 여가 지출까지 줄이는 등 가계의 소비 부담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미국인 4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8%가 물가 상승에 백악관도 적어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불만을 나타낸 비율도 68%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를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취임 이후 추진한 고율 관세정책과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미국 가계의 생활비 부담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월급보다 물가가 더 오른다"···휘발유 40% 급등
이번 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생활비가 '많이 올랐다'고 답한 비율은 54%였다. '조금 올랐다'는 30%, '변화가 없다'는 10%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약 3분의 2는 생활비가 자신의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한다고 느꼈다.
실제 미국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명목임금이 증가하더라도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구매력 개선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로이터는 임금 인상분 상당 부분이 높아진 물가에 흡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도 가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8일 기준 갤런당 4.36달러로 1년 전 3.11달러보다 약 40.2% 상승했다. 경유 가격도 갤런당 6.28달러에 달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이 연료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주택 구매에 따른 금융비용도 높아졌다. 미국 주택금융기관 프레디맥이 8일 발표한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7.40%로 전주 7.28%보다 0.12%포인트 상승했다. 1년 전 6.30%와 비교하면 1.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고물가에 대응한 통화긴축과 국채금리 상승 등이 주택대출 비용에 부담을 주고 있다.
외식 63%·여가 56% 줄였다···소비심리도 3.7% 하락
고물가에 따른 부담은 소비 행태에도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63%는 식당에서 외식하는 횟수를 줄였다고 답했고, 56%는 오락이나 스트리밍 서비스 등에 쓰는 돈을 줄였다고 밝혔다. 높아진 생활비에 대응해 선택적 지출을 축소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는 소비자들이 밝힌 지출 변화로, 미국 전체 소비가 같은 비율로 감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로이터는 실제 경제지표에서 물가와 세금을 반영한 가계소득이 소폭 증가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소비 위축을 보여주는 증거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심리 지표도 악화했다. 미시간대가 9일 발표한 10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46.3으로 전월 48.1보다 3.7%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달 53.6과 비교하면 13.6% 낮은 수준이다. 현재 경제상황 평가지수 역시 50.9에서 44.7로 12.2% 떨어졌다.
향후 물가 전망도 나빠졌다. 소비자들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6%에서 4.7%로,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3.4%에서 3.5%로 각각 0.1%포인트 상승했다. 미시간대는 높은 물가와 차입비용이 내구재 구매 여건을 악화시켰으며, 특히 저소득층의 소비심리가 크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감세와 처방약 가격 인하 등을 통해 미국 가계에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고물가에 대한 불만과 경제정책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폭넓게 확인됐다.
이번 로이터·입소스 조사는 9월 30일부터 10월 5일까지 미국 성인 45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전체 응답자의 표본오차는 ±2%포인트다.
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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