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연임·이형주 선임 놓고 팽팽정부 추천 위원 사이에서도 표 갈려과거 인선 장기화 전철 밟을지 주목
차기 SH수협은행장을 결정하기 위해 두 번이나 머리는 맞댔지만 답은 같았다. 복잡한 셈법 속에서 최종 후보가 되기 위해 필요한 '4표'는 그 누구도 확보하지 못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전날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한 두 번째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해양수산부 추천 위원 각 1명과 수협중앙회 추천 위원 2명 등 5명으로 구성된다. 차기 행장 최종 후보로 선정되려면 행추위원 5명 중 4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표심은 지난달 22일 열린 첫 번째 회의와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신학기 현 행장이 정부 측 위원 1명을 포함해 3표를,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2표를 받았다. 결국 2차 행추위에서도 2명 중 1명으로 표가 몰리지 않으면서 차기 행장 결정이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두 차례의 회의가 빈손으로 끝나면서 수협은행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새로운 후보를 다시 찾자니 신 행장의 임기는 당장 다음달 17일에 끝난다. 그렇다고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에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몸집을 키우는 시점에서 차기 행장의 무게감이 과거와 달라졌다.
여기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에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눈높이까지 높아졌다. 단순히 '누구를 뽑느냐'를 넘어 충분한 후보군을 놓고 '어떻게 검증해 뽑았느냐'까지 중요해졌다. 행추위로서는 결정을 서둘러야 할 시간은 줄어드는데 선택은 오히려 더 신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종합금융그룹' 커진 수협, 은행장 자리의 무게도 달라졌다
수협은행장 인선이 길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어느 한쪽의 지지만으로는 행장 후보를 결정할 수 없는 구조 탓에 과거에도 수협은행장 인선은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2017년에는 후임자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6개월 넘게 행장 공백 사태가 이어진 바 있다. 결국 3차 때 후보군에 진입한 이동빈 전 우리은행 부행장이 최종후보로 선택됐다. 2020년과 2022년에도 한 번의 공고만으로 최종 후보를 정하지 못해 추가 공모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선을 단순히 과거의 반복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그 사이 수협은행의 금융사업 자체가 달라진 데다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전보다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단 한 표의 문제지만, 그 한 표를 둘러싼 논의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누구를 선택하느냐뿐 아니라 '왜 그 후보여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인사가 된 셈이다.
특히 이번 인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협은행이 '외형 확대'라는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어서다. 궁극적으로는 은행과 자산운용, 증권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Sh수협자산운용을 출범시킨 데 이어 올해는 상상인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상상인증권 인수가 마무리되면 자연스럽게 차기 수협은행장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넓어질 전망이다.
은행업뿐 아니라 비은행 사업 확대와 인수합병(M&A), 계열사 간 시너지 등 금융사업의 중장기 전략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다.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왜 꼭 그 후보여야 하는지' 당위성을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인사가 된 셈이다.
'연속성' 신학기 vs '확장성' 이형주
공교롭게도 두 후보는 이 지점에서 서로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내부 출신 vs 관료 출신'의 경쟁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업의 연속성을 택할 것인지, 금융그룹으로의 확장 과정에서 정책적 리스크를 줄일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함께 놓여 있다.
신학기 행장에게 무게를 두는 쪽의 핵심 논리는 '경영 연속성'으로 압축된다. 신 행장은 1995년 수협에 입회한 이후 줄곧 조직 내부에서 경력을 쌓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은행 확대 전략 역시 현직 행장으로서 직접 추진해왔다. 수협 내부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이미 시작한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조직 내부의 분위기도 신 행장에 힘을 싣는다. 금융노조는 이번 행장 선임 절차가 시작된 이후 정치권이나 정부, 외부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계해왔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외부 입김에 대한 경계가 강한 만큼 내부 출신 행장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이형주 FIU 원장에게 무게를 두는 쪽에서는 '확장성'에 주목한다.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과 금융산업국장,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등을 거치면서 금융산업 전반을 다뤄왔다.
수협의 사업 영역이 은행에서 증권·자산운용 등으로 넓어질수록 개별 은행 경영 경험뿐 아니라 금융업권 전반과 정책·규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그룹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과의 조율이나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경험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까지 알려진 표심 역시 이 같은 시각차를 보여준다. 수협중앙회 추천 위원 2명과 정부 추천 위원 1명이 신 행장을, 나머지 정부 추천 위원 2명이 이 원장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위원의 투표 내용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 추천 위원 가운데 한 명이 신 행장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인선을 '정부 대 수협'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설명하기 어렵게 됐다. 후보를 바라보는 판단 기준이 추천 주체에 따라서만 갈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학기에게 필요한 '한 표'···높아진 연임 문턱
현재 판세만 놓고 보면 신학기 행장이 우위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연임에 성공하려면 현재 이 원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부 추천 위원 2명 가운데 최소 한 명의 표심을 돌려야 한다. 반면 이형주 원장은 2표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만큼 수협중앙회 측의 동의 없이는 최종 후보에 오르기 어렵다.
신 행장에게 필요한 마지막 한 표를 둘러싼 변수로는 최근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기조가 떠오른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연임과 폐쇄적인 승계 구조를 지배구조의 주요 개선 과제로 들여다보면서 현직 CEO가 다시 자리를 이어가기 위해 넘어야 할 검증의 문턱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특정 내부 후보나 계파를 중심으로 승계 절차가 폐쇄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후보 선정과 검증·평가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주문이다. 신 행장으로서는 이런 환경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연임에 필요한 마지막 한 표를 정부 추천 위원에게서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결국 신 행장의 '네 번째 표'에는 단순히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최근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CEO 승계의 공정성과 연임의 정당성까지 함께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 두 차례 표결에서도 이 정부 측 한 표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인선이 장기화하더라도 새로운 후보를 찾기보다는 신 행장과 이 원장 가운데 차기 행장이 가려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에는 시간관계상 과거 인선 때 반복됐던 '재공모' 카드도 쉽게 꺼내기 어려운 선택지가 됐기 때문이다. 재공모로 넘어갈 경우 현 행장 임기 내 선임을 마무리하기 어려워진다. 행추위도 후보군을 다시 열지 않은 채 기존 후보를 대상으로 세 번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행추위원 4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후보자가 없어 추후 회의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세 번째 행추위의 관건은 새로운 후보의 등장보다는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신 행장은 정부 추천 위원의 추가 지지가 필요하고, 2표를 얻은 이 원장은 수협중앙회 측을 포함해 두 표를 더 끌어와야 한다. 누가 먼저 굳혀진 표심에 균열을 낼지 금융권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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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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