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인수·주선 수익 줄며 IB 부문 수익성 압박같은 업황에도 사업구조 따라 수익성 차별화하반기 파이프라인 실적·위험자산 관리 관건
증시 활황으로 증권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기업금융(IB) 부문의 성적표는 엇갈렸다. 회사채와 기업공개(IPO) 등 전통적인 자금조달 시장이 위축되면서 일부 중소형사는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3분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증권사들의 대응도 갈리고 있다. 회사채·IPO 시장의 반등만 기다리기보다 구조화금융으로 수익원을 넓히는 한편 부동산 익스포저를 줄이고 조직을 재편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손실 축소에 나서고 있다.
한화·다올 이어 SK도 적자···중소형사 IB '역주행'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IB 부문 영업손익은 4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2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IB 순영업수익도 338억원에서 107억원으로 68% 감소했다.
인수업무 수익도 줄었다. 한화투자증권의 상반기 인수수수료는 지난해 116억원에서 올해 43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IPO와 유상증자 관련 인수수수료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올투자증권은 별도 기준 인수주선 부문 영업손익이 지난해 상반기 72억원 흑자에서 올해 89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인수주선 영업수익은 같은 기간 188억원에서 233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비용이 약 116억원에서 322억원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다올투자증권 측은 부동산 경기 위축 이후 IB 부문의 영업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조직 정비와 채권회수 전담 조직 운영을 통해 기존 부동산 익스포저를 줄이고 진행 중인 딜의 안정적인 종료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증권 역시 상반기 IB 부문에서 1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89억원의 순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IB 조직을 확대 개편한 이후 처음 받아든 반기 실적으로 회사채와 IPO 등 기업 자금조달 시장이 위축된 시기와 맞물렸다.
SK증권은 지난해 12월 기업금융 총괄 산하 조직을 기존 2개 본부에서 3개 본부로 확대했다. 기업금융1·2본부에 ECM본부를 신설해 기존 DCM 중심의 기업금융 영역을 ECM까지 넓히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상반기에는 인수영업 수익이 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182억원보다 41억원 줄었다. 회사채 인수수수료가 145억원에서 95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상반기 11억원이었던 IPO 수수료도 올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현대차증권도 상반기 IB 부문에서 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수수료손익 317억원과 순이자손익 109억원을 냈지만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상품 관련 순손익 등이 19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회사 전체 세전이익은 7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5% 증가했다.
회사채·IPO 시장 위축···'딜 가뭄'만으로는 설명 안 돼
IB 부진의 공통적인 배경에는 기업 자금조달 시장의 위축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액은 123조59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조9268억원 감소했다.
주식 발행시장도 위축됐다. 상반기 IPO는 지난해 42건에서 올해 28건으로 줄었고 발행 규모 역시 1조4492억원에서 1조141억원으로 30.0% 감소했다. 유상증자 규모도 전년 동기 대비 29.5% 줄었다.
SK증권도 상반기 IB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시장 위축을 꼽았다. 회사 측은 지난달까지 회사채 수요예측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약 32% 줄었고 일반기업 발행은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상장과 증권신고서 심사 강화, 코스닥 시장 변동성이 겹치면서 기업들의 발행 일정이 미뤄지거나 규모가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현면 상반기 IB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흑자전환에 성공한 곳도 있다. 상상인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업금융 부문에서 약 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약 37억원 순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인수수수료는 지난해 상반기 약 31억원에서 올해 29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부동산 금융주선 사업 확대가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상상인증권은 PF와 중도금 대출, LH 매입확약 관련 금융자문 등 자기자본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융주선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해왔다. 올해 상반기 회사채와 은행채 등을 포함한 DCM 인수 실적도 126건, 2조5500억원을 기록했으며 기업금융 부문 전체 수익은 107억원에서 131억원으로 늘었다.
3분기 막바지···구조화 늘리고 부동산 위험 줄인다
상반기 부진을 겪은 증권사들은 하반기 들어 서로 다른 방식으로 IB부문 수익성 회복에 나서고 있다.
SK증권은 조직 확대 이후 확보한 파이프라인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DCM에서는 일반 회사채에 더해 매출채권·대출채권 유동화와 회사채담보부증권(CBO),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주가수익스와프(PRS)와 신종자본증권 등 구조화 솔루션도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ECM에서는 일반 IPO 외에도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니치마켓과 메자닌 등 기업별 자금 수요에 맞는 거래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신규 영업 확대보다 기존 부동산 위험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조직 정비와 채권회수 전담 조직 운영을 통해 부동산 익스포저를 줄이고 진행 중인 딜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향후에는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와 우량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를 선별적으로 취급할 계획이다.
현대차증권은 조직 재편을 택했다. 최근 기존 IB 조직을 구조화금융본부와 기업금융본부의 양대 체제로 개편해 PF·대체투자와 기업금융의 역할을 분리했다. 구조화금융 부문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금융에서는 DCM을 기반으로 향후 IPO와 M&A 등 ECM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업계는 하반기에도 회사채와 IPO 등 전통 IB 시장의 빠른 회복만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증권사별 실적 차별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과 인력을 늘리는 것에 더해 구조화·유동화 거래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거나 기존 위험 자산의 손실 가능성을 낮추는 작업도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회사채와 공모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되면서 확보한 딜이 실제 수수료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점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전통적인 회사채 발행이나 IPO만으로 실적을 내기 어려워 유동화와 구조화금융, 메자닌 등 기업의 상황에 맞는 자금조달 수단을 얼마나 확보하고 실행하느냐가 하반기 IB 실적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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