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증설 투자로 내수·수출공략 가속브라질, 기존 설비로 중남미 시장 대응중동·칠레 등 신흥국 판매망 확장
HD건설기계가 지역별 건설장비 수요와 기존 생산설비 여력에 맞춰 해외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공장 가동률이 100%에 가까운 인도에는 생산시설을 추가하는 반면, 가동률이 낮은 브라질은 기존 설비를 활용해 중남미 판매 확대에 나선다. 칠레 등 광산 수요가 커지는 지역에서는 판매·서비스망을 넓히는 등 시장별 여건에 맞춰 생산과 영업 자원을 배치하는 모습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건설기계가 현재 지분 100%를 보유한 인도법인은 877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HD현대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신주를 인수한다. 조달 자금 가운데 478억원은 산업차량 생산기지에, 399억원은 연구개발(R&D)센터 구축에 투입된다.
추가 투자의 배경에는 인도 시장의 성장과 높은 공장 가동률이 자리하고 있다. 인도 푸네공장은 올해 1분기 공시상 적정 생산가능량 2250대 가운데 2196대를 생산해 가동률 97.6%를 기록했다. 회사는 최근 신흥시장 수요 증가에 맞춰 연간 생산능력을 9000대 수준으로 확대한 데 이어 2030년까지 1만2000대 생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높은 가동률을 뒷받침하는 지표인 판매 실적 또한 늘었다. 올해 2분기 인도 매출은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보다 22.1% 증가했다. 지난 5월에는 인도 굴착기 시장에서 점유율 20.5%로 월간 1위를 기록했다. 내수시장 성장과 높은 가동률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인도 생산기지의 역할은 내수 대응을 넘어 주변 신흥시장 수출로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인도에서 생산한 굴착기를 중동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45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푸네공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오만 등 중동지역 딜러를 대상으로 신흥시장용 20톤급 디벨론 굴착기도 선보였다. 인도공장의 생산효율과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산업차량 생산과 R&D 기능까지 추가되면서 인도 거점의 사업 범위는 한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굴착기가 인도 내수와 신흥국 수출을 동시에 담당하는 가운데, 산업차량도 현지 생산체계를 새로 구축할 예정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R&D센터를 통해 현지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인도법인의 기술 경쟁력도 높일 계획이다. 인도 산업차량 시장은 교통·물류 인프라 확대에 따라 연평균 5~6% 성장해 2033년 100억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브라질에서는 추가 증설보다 기존 생산설비를 활용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브라질 공장은 올해 1분기 적정 생산 가능량 1000대 가운데 323대를 생산해 가동률이 32.3%에 그쳤다. 인도보다 기존 설비의 생산 여력이 큰 만큼 현재로서는 대규모 증설보다 중남미 판매 확대가 공장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최근 콜롬비아와 페루 등을 중심으로 광산용 중대형 장비 수요가 늘면서 2분기 중남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9.9% 증가했다.
중남미에서는 생산설비 확대와 별개로 고객 접점을 넓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HD건설기계는 지난달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광산 밀집지역 안토파가스타에 디벨론 지점을 열었다. 오는 10월에는 또 다른 광업 중심지인 코피아포에도 추가 지점을 개설할 계획이다. 칠레 굴착기·휠로더 시장에서 약 15%인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인도와 중남미를 비롯한 신흥시장 성장은 실적 개선에도 힘을 보탰다. 회사의 2분기 중동·아프리카 매출은 금광 프로젝트 장비 공급 증가로 전년 동기보다 51.4% 늘었다. 인도는 22.1%, 중남미는 29.9% 증가했다. 이에 건설기계 부문 매출은 2조18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9.9%를 기록했다.
HD건설기계는 하반기에도 중대형·광산 장비를 중심으로 성장시장 공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북미와 유럽의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남미와 아시아, 인도 등 성장시장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가 거센 아프리카에서는 기존 딜러망과 서비스 경쟁력을 활용하는 한편 세네갈·베냉·말리·가나 등에서 신규 딜러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 해외사업의 관건은 시장별 수요를 생산능력과 판매망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이다. 시장별 수요에 맞춘 생산과 영업 전략이 가동률 상승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HD건설기계 관계자는 "인도 내수 시장에서 굴착기 브랜드 'HYUNDAI'가 확보한 높은 인지도를 산업차량으로 확대하고, 기존 인도법인의 생산·사업 인프라를 활용해 수출을 늘리기 위한 투자"라며 "굴착기 생산 능력 확대 역시 내수와 수출 수요를 모두 염두에 둔 것으로 현지 인프라를 활용하면 중국산 제품과 비교해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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