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TOP10'부터 K반도체까지···월가로 번진 한국식 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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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10'부터 K반도체까지···월가로 번진 한국식 ETF

등록 2026.08.29 08:53

문혜진

  기자

핵심 10종목 압축한 'TOP10' 전략 미국서 첫 등장한국 AI 반도체·아시아 메모리로 테마 세분화美 ETF 올해 1조2300억달러 유입···액티브 성장세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익숙한 상품 전략이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산업별 핵심 기업 10곳을 압축해 담는 'TOP10' 상품이 미국 시장에 처음 등장한 데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을 전면에 내세운 ETF도 출시됐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타고 시장의 관심이 특정 밸류체인과 핵심 기업으로 좁혀지면서 미국 ETF의 상품 설계도 빠르게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ETF 시장에서는 이달 들어 투자 대상을 잘게 나누거나 소수 핵심 종목에 집중하는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는 AI나 반도체처럼 산업 전체를 묶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같은 산업 안에서도 특정 밸류체인이나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하나의 산업 전체를 담기보다 성장성이 높은 분야나 기업을 골라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미국에서 신규 상장된 ETF는 91개로 집계됐다. AI 분야에서도 네오클라우드와 광통신·포토닉스, 추론, 데이터센터 전력·열관리 등 밸류체인별로 상품이 세분화됐고, 한국 AI 반도체와 아시아 메모리까지 투자 대상이 넓어졌다. AI라는 하나의 테마 안에서도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인프라와 전력 등 수혜 영역을 구분해 투자하려는 상품이 늘어난 것이다.

자금 규모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한수진 삼성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ETF 시장은 지난 7월까지 51개월 연속 자금 순유입을 이어갔으며 올해 누적 순유입액은 1조2300억달러에 달했다. 전체 ETF 자산의 13% 수준인 액티브 ETF가 전체 순유입액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등 세분화된 투자 전략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ETF 운용사 Amplify는 양자컴퓨팅과 우주, 로보틱스, 아시아 메모리 등 4개 분야에서 각각 핵심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ETF를 선보였다. 한 연구원은 산업별 대표기업 10곳을 압축해 담는 전략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주로 활용해 온 방식이라며 미국 시장에 처음 등장한 '한국식 TOP10 전략'으로 진단했다.

TOP10 전략은 산업 전체에 폭넓게 투자하는 기존 테마형 ETF와 달리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수 기업에 투자 비중을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산업의 성장성을 추종하면서도 종목 수를 줄여 핵심 기업의 주가 움직임을 상품 성과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특정 종목의 등락이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 자체를 투자 대상으로 삼은 상품도 나왔다. xETFs는 이달 미국 증시 최초의 한국 반도체 ETF인 KSMH를 상장했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AI 반도체 생태계 기업에 투자한다. Amplify의 아시아 메모리 ETF AHBM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CXMT, 일본 키옥시아 등을 함께 담는다. 같은 반도체 테마에서도 국가와 산업 영역에 따라 투자 대상을 달리하는 상품이 등장하면서 투자 선택지가 한층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ETF 시장이 커지면서 단순 지수 추종을 넘어 초과수익이나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원하는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며 "운용 전략이 다양해지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익숙한 TOP10 방식까지 미국 시장에 등장한 것은 눈여겨볼 만한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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