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20만 XRP가 사라졌다···'가짜 예치금'에 뚫린 XRP 브리지

증권 블록체인

20만 XRP가 사라졌다···'가짜 예치금'에 뚫린 XRP 브리지

등록 2026.08.12 15:04

김선민

  기자

XRP 브리지 해킹, 20만달러 규모 탈취 발생. 사진=유토이미지XRP 브리지 해킹, 20만달러 규모 탈취 발생. 사진=유토이미지

XRP 레저(XRPL)와 코리움(Coreum·현 tx)을 연결하는 크로스체인 브리지에서 소프트웨어 결함을 악용한 공격이 발생해 약 20만 XRP가 탈취됐다. 공격자는 실제 XRP를 브리지에 예치하지 않고도 예치금이 발생한 것처럼 시스템을 속여 브리지 토큰을 확보한 뒤, 이를 이용해 브리지 준비금에 있던 실제 XRP를 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지난 9일 시스템이 중단되기 97분 전에 브리지의 XRP 준비금에서 약 20만 XRP가 출금되었다. 해당 물량은 94건의 지급을 통해 이동했으며, 공격이 시작된 시점은 UTC 기준 오후 7시16분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는 XRP 레저 자체의 취약점 때문이 아닌 브리지의 거래 검증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격자가 XRP 레저의 합의 시스템이나 개인키를 직접 탈취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브리지는 사용자가 XRP를 XRP 레저의 준비금 지갑으로 보내면 다른 블록체인에서 이에 상응하는 브리지 XRP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후 브리지 XRP를 반환하면 준비금에 보관된 실제 XRP를 인출할 수 있다. 실제 자산을 담보로 동일한 가치의 토큰을 발행하는 일종의 디지털 금고 구조다.

문제는 브리지의 입금 확인 로직에서 발생했다. 공개된 분석에 따르면 중계자(relayer) 소프트웨어는 거래 메모(memo)에 포함된 정보를 활용해 입금 여부를 판단하면서, 해당 XRP가 실제로 브리지의 지정된 입금 주소로 전송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하지 않았다.

공격자는 이 허점을 이용해 자신이 통제하는 지갑 사이에서 거래를 발생시키면서 브리지 입금에 사용되는 형식의 메모를 첨부했다. 브리지 시스템이 해당 거래를 실제 입금으로 잘못 인식하면서 공격자에게 실제 XRP로 뒷받침되지 않은 브리지 자산에 대한 크레딧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공격자는 이 가짜 예치금을 근거로 실제 XRP 준비금에 대한 인출을 요청했다.

다중 서명 구조도 공격을 막지 못했다. 해당 브리지는 28개의 중계자 키 가운데 17개의 서명이 거래 승인에 사용되는 구조였으며, 이번 공격에서 각 지급에는 17개 중계자 키의 승인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계자들이 개인키를 탈취당해 공격자의 거래에 서명한 것이 아니라, 브리지 내부 기록상 정상적인 인출 요청으로 판단하여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승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이번 사고는 다중 서명 자체가 뚫린 사건이라기보다 다중 서명에 앞서 이뤄지는 거래 검증 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한 사례에 가깝다. 실제 자산이 브리지에 들어왔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잘못된 입금 정보가 정상적인 예치금으로 기록됐고, 중계자들은 해당 기록을 근거로 인출을 승인했다.

온체인 추적 결과 탈취된 XRP 상당수는 공격 직후 여러 주소를 거쳐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자금이 추가로 이동하거나 거래소 등 외부 서비스로 유입되는지에 대한 추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브리지는 XRP 레저와 Coreum을 연결하는 인프라다. Coreum은 올해 3월부터 tx라는 브랜드 아래 통합 생태계로 전환했으며, tx는 실물자산(RWA) 토큰화 등을 주요 사업 영역으로 내세우고 있다.

tx 측은 사고 이후 브리지를 중단하고 취약한 코드를 확인·수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블록체인 포렌식 전문가를 고용해 자금 흐름 등을 조사하고 미국 연방수사국(FBI)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에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를 입은 보유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방안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탈취 규모는 약 20만 XRP로 대형 암호화폐 해킹 사건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지만, 실물자산 토큰화와 크로스체인 금융 인프라가 확대되는 가운데 실제 자산과 블록체인상 기록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에 대한 보안 과제를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