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1500억달러 조선동맹 닻 올렸다···K조선, 美 조선업 재건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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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달러 조선동맹 닻 올렸다···K조선, 美 조선업 재건 이끈다

등록 2026.07.24 09:48

이승용

  기자

한국 조선3사, AI 기반 선박 생산 혁신 추진미국 시장 선점 위해 현지 인력·공급망 구축합작 연구·기술 교류로 방산·상선 사업 확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한미 조선협력센터 출범을 계기로 인공지능(AI) 기반 생산 혁신과 선박·함정 공동 개발, 현지 인력·공급망 구축에 나서며 미국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을 계기로 미국 기업·대학·기관과 사업 및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한국 조선업의 설계·생산 기술을 활용해 미국 조선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부족한 숙련인력과 공급망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국내 조선사 입장에서는 기술 교류를 넘어 현지 선박 건조와 방산, 유지·보수·정비(MRO) 등으로 미국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먼저 미국 조선업의 생산성 향상을 겨냥한 AI·디지털 기술 협력이 본격화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와 '차세대 마린 플랫폼' 도입 본계약을 체결했다. 선박 설계부터 생산, 공급망 관리, 품질관리, 유지보수까지 전 공정의 정보를 하나의 3D 데이터로 통합하는 시스템이다.

설계 변경과 공정 진행 상황을 생산 현장과 공급망에 실시간으로 전달해 일정 지연과 품질 문제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조선소와 동일한 가상 조선소에서 작업 공정과 설비 운영을 미리 검증하고, 장기적으로는 로봇과 자율설비가 작업하는 '피지컬 AI' 조선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미국 기업·대학과 AI 기반 제조 및 공정 자동화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무인수상정 기업 사로닉 테크놀러지스와 자율운항·AI 디지털 솔루션을 공동 연구하고 로봇 기반 생산 인프라 구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 대학·기업들과는 AI 기반 제조시스템과 선박 건조 작업자용 가상 교육훈련 기술을 개발한다.

기술 협력은 선박과 함정의 공동 설계·건조로도 이어진다.

삼성중공업과 미국 콘래드조선소는 공동 개발 중인 1만2000㎥급 LNG 벙커링선의 기본설계 인증을 미국선급협회로부터 획득했다. 지난해 12월 공동 건조 협력에 착수한 데 이어 미국에서 건조할 선박의 설계를 구체화한 것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함정 설계업체 레이도스 깁스 앤 콕스와 글로벌 전략 수송함 공동 설계·개발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공동 기술개발과 설계 품질 보장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전략 수송함은 평시에는 물류 운송 등 상업용으로 운용하고 유사시에는 군수물자를 고속으로 수송하는 이중용도 선박이다. 한화오션은 현지 생산 기반과 함정 건조 역량을 결합해 미국 방산·함정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미국 조선업의 숙련인력 부족과 취약한 공급망을 보완하기 위한 현지 협력도 본격화한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MRO 파트너인 비거마린그룹과 미국 북서부 지역에 용접·도장 인력을 양성하는 트레이닝센터를 설립한다.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가상현실·증강현실 기반 교육시설과 프로그램을 활용해 현지 인력을 육성할 계획이다.

한화오션과 한화필리조선소는 현지 교육기관과 함께 조선 기술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필라델피아 지역 경제단체들과는 기자재 업체를 발굴하고 현지 조선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급망 협력에 나선다.

조선 3사의 대미 사업은 이날 공식 출범한 한미 조선협력센터를 중심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센터는 미국 조선소 생산성 컨설팅과 전문인력 양성, 공동 연구개발, 기술 교류를 지원하고 국내 기업과 미국 정부·의회·기업을 연결하는 현지 창구 역할을 맡는다.

개소식에서는 공급망과 인력 양성, 공동 기술개발 등 4개 분야에서 총 15건의 협약이 체결됐다. 정부는 센터를 통해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조선협력 투자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고 국내 조선사의 현지 투자와 선박 건조를 지원할 방침이다.

미국 정부도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와 생산 확대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협력센터의 성과를 협약 체결 건수가 아니라 투자 규모와 현대화한 설비, 양성한 인력, 구축한 공급망, 실제 건조한 선박 수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지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규제 장벽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이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를 앞세워 미국 상선·함정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현지 건조와 인력 양성, 공급망 구축까지 미국 내 사업 기반을 함께 마련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협약이 실제 선박 발주와 설비 투자로 이어지는지가 한미 조선협력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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