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태국 4조 호위함 쟁탈전···K조선 수출 패러다임 전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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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4조 호위함 쟁탈전···K조선 수출 패러다임 전환 시험대

등록 2026.07.14 16:21

수정 2026.07.14 17:18

김제영

  기자

1척 8000억 규모, 최대 4척 확충현지 생산·기술 이전·MRO 결합'배 판매' 넘어 조선 산업 수출 시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군함 한 척을 넘어 조선 산업 전체를 수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함정 시장의 경쟁 축이 함정 성능에서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장기 군수지원(MRO)을 결합한 '생태계 구축 역량'으로 이동하면서 K조선의 수출 전략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대 4조원 규모로 확대 가능한 태국 차세대 호위함 사업은 한국 방산 조선의 경쟁력과 미래 수출 모델을 가늠할 전략 무대로 부상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태국 해군은 차세대 호위함 사업 제안서 검토를 완료하고 이르면 이달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번 사업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비롯해 싱가포르 ST엔지니어링, 스페인 나반티아, 튀르키예 ASFAT·TAIS 등 6개 업체가 참여했다.

사업 규모는 4000t급 호위함 1척 도입 기준 약 175억바트(약 8000억원)다. 태국이 2037년까지 호위함 전력을 현재 4척에서 8척으로 확충할 계획인 만큼 후속 물량을 포함하면 최대 4조원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수주전의 핵심은 단순한 함정 공급 능력이 아니다. 태국은 함정 성능뿐 아니라 현지 생산 비중, 기술 이전, 자국 업체 참여, 승조원 교육, 장기 정비 체계까지 종합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을 납품하는 수준을 넘어 자국 방산 산업의 성장 기반까지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수주 경쟁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글로벌 함정 시장은 완제품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산업 협력형 모델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과거에는 우수한 성능의 함정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지 조선소 활용, 공동 건조, 기술 이전, 유지보수 체계 구축까지 포괄하는 종합 패키지 역량이 수주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이는 방산 수출의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무기 체계 하나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생산 기반과 운영 역량을 함께 이전하는 '방산 생태계 수출'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 건조 역량과 잠수함·수상함 설계 기술, 대규모 생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글로벌 방산 조선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태국 사업에서 양사의 전략 방향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HD현대중공업은 현지 생산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태국 측 요구 수준인 현지 생산 비율 20%를 넘어 40% 수준의 공동 건조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 모델은 충남함급을 기반으로 개발한 수출형 호위함 'HDF-3600TH'다. 현지 조선소와 생산 협력을 구축해 단순 공급자를 넘어 산업 파트너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호위함·초계함 공급과 페루 공동 건조 사업을 통해 해외 현지화 경험을 축적해왔다.

한화오션은 운용 경험과 후속 지원 역량을 앞세운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태국에 3700t급 호위함 '푸미폰 아둔야뎃함'을 인도했다. 해당 함정은 현재 태국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운용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수출형 호위함 'OCEAN-40F'를 제안했다. 기존 운용 체계를 활용해 승조원 교육, 부품 공급, 정비 지원 등 장기 운용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태국 호위함 사업은 국내 조선업계의 글로벌 방산 전략을 검증하는 무대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앞서 60조원 규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데 이어, 이번 태국 사업을 통해 수상함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향후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잠수함과 호위함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필리핀과 그리스 역시 해군력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함정 시장은 이제 성능 경쟁을 넘어 산업 협력 경쟁으로 전환됐다"며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장기 군수지원 역량을 확보한 국가가 차세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K조선의 경쟁 무대가 조선소에서 글로벌 방산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 태국 사업은 한국 조선업이 단순 건조국을 넘어 방산 산업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전략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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