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배럴당 110달러→70달러 폭락중동 원유 풀리면서 기름 '공급 과잉' 우려국내도 기장감···석화·조선업계 실적 직격탄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 국제유가가 폭락세로 돌아섰다. 미·이란 분쟁 당시 배럴당 110달러선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최근 70달러 초반까지 내려앉은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안팎에 묶여 있던 원유가 시장에 대거 풀리면서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는 국내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유·조선 등 일부 업계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4일(한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8.78달러,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72.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이란 분쟁 당시 정점에 달했던 115~117달러와 비교해 40% 이상 하락했다. 휴전과 평화안이 본격 논의됐던 6월 한 달간 낙폭은 22%에 달했다.
시장에서 '배럴당 60달러선 붕괴'를 우려하는 이유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가에서는 2025년 말 최저점이었던 62달러가 깨지고 50달러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사라지면서 브렌트유가 연말까지 배럴당 60~65달러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도 내년 공급 과잉 규모가 하루 2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공급 과잉'을 경고했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체이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는 원유는 현재 중국 외에는 갈 곳을 점차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이란 분쟁 이전과 비교해 하루 500만 배럴가량 수입량을 줄였다. 글로벌 투자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의 원유 구매력 약화 시그널로 보며 유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경제 전반에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단편적으로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정부와 통화 당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유가 하락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직접 떨어뜨릴 수 있어 물가 안정 속도가 빨라진다. 물가 불안이 해소되면 통화 정책에도 여유가 생겨 기준금리 인하를 이끌 수 있다. 특히 원유 수입 대금 결제 부담이 줄어들어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에너지 수입액 감소는 무역수지 개선으로 이어져 흑자 폭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별 희비는 극명하게 갈린다. 정유사의 경우 2~3개월 전에 원유를 구매하기 때문에 유가 급락은 정제마진 축소와 막대한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진다. 조선업계도 유가 하락이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원유 시추선 등)의 발주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유가 하락과 함께 찾아오는 글로벌 경기 둔화도 우려점으로 꼽힌다. 월가가 우려하는 대로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가 현실화된다면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 경제에는 대형 악재다. 투자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 급락세가 지속될 경우, 석유화학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정유, 조선 등 일부 업계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지금 상황만으로 모든 것을 예단할 수 없지만,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직격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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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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