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만 취득···오뚜기·삼양·팔도 "국제 인증 이미 보유"해외 유통망 인정 여부 불확실···중복 투자 부담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식품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글로벌 해썹(HACCP)'이 정작 대표 수출 산업으로 떠오른 라면업계에서는 좀처럼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요 라면업체 가운데 인증을 취득한 곳은 농심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식품안전 인증을 보유한 상황에서 별도 인증을 추가로 받을 유인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업계 '빅4' 가운데 글로벌 해썹 인증을 취득한 기업은 농심뿐이다.
농심은 최근 구미공장이 글로벌 해썹 인증 심사를 통과하면서 지난 1일부터 적용 업소로 등록됐다. 구미공장은 농심 전체 라면 생산량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농심은 향후 다른 생산시설로도 인증 취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심이 글로벌 해썹 인증에 나선 것은 품질관리 체계에 대한 대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글로벌 해썹은 기존 국내 해썹 인증을 국제 기준에 맞춰 고도화한 제도로, 식약처는 이를 통해 국내 식품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농심 관계자는 "글로벌 해썹은 공장 운영과 품질관리 체계를 국제적 관점에서 검증받는 의미가 있다"며 "품질 경쟁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업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뚜기와 삼양식품, 팔도 등 주요 라면업체들은 아직 인증을 신청하지 않았다. 오뚜기의 경우 관계사인 제유공장이 인증을 취득했지만 라면 생산시설은 아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가 글로벌 해썹에 신중한 이유는 기존 국제 인증과의 중복성 때문이다. 국내 주요 라면업체들은 이미 국제식품안전협회(GFSI)가 승인한 FSSC 22000(Food Safety System Certification 22000)이나 IFS Food 등 글로벌 식품안전 인증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FSSC 22000은 글로벌 식품업계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인증 중 하나로 꼽힌다. 월마트와 코스트코를 비롯한 글로벌 유통업체와 해외 바이어들도 해당 인증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추가 인증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 투입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제도 도입 초기라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해썹이 국제 기준에 기반해 설계됐다는 점에는 업계도 공감하지만, 실제 해외 유통사와 바이어들이 이를 얼마나 인정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글로벌 해썹은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며 "식품안전 관리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제도이지만 당사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FSSC 22000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인증 간 중복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 만큼 향후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글로벌 해썹을 통해 국내 식품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이 입증돼야 확산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K라면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추가 인증에 나서기 위해서는 해외 유통망과 바이어들 사이에서 글로벌 해썹의 인지도가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기업 입장에서 인증은 취득 자체보다 실제 시장에서 인정받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글로벌 해썹이 해외 유통채널에서 경쟁력을 높여주는 인증으로 자리 잡는다면 참여 기업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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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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