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규제 강화에 차세대 원자력 추진선 새 승부처로자동차운반선·LNG선·해상 원전 플랫폼까지 개발 확대개념설계 인증 잇따라···상용화는 안전·인허가가 관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으로 글로벌 시장을 제패한 한국 조선업이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원자력 추진 선박'을 정조준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업계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갈수록 무거워지는 가운데,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용융염원자로(MSR)를 활용한 무탄소 추진 기술이 조선업 패러다임을 바꿀 새 승부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의 주도권을 수성하기 위해 관련 원천 기술 확보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조선·해양 박람회 '포시도니아 2026'에서 영국선급(LR)으로부터 MSR을 적용한 대형 자동차운반선(PCTC)의 개념설계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그동안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SMR 기반 전기추진 시스템을 개발해 온 HD현대가 적용 선종을 자동차운반선까지 전격 확대한 것이다. 자동차운반선은 장거리 운항과 안정적인 고출력이 필수적인 대표적 선종이다. 여기에 MSR 추진 시스템을 탑재하면 연료 보급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탄소 배출 제로' 운항을 구현할 수 있어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삼성중공업도 원자력 선박과 해상 원전 플랫폼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MSR을 동력원으로 하는 17만4000㎥급 LNG운반선 개념설계를 진행해 미국선급 ABS와 라이베리아 기국으로부터 기본승인을 받은 바 있다. 또 SMART100 2기를 탑재한 부유식 해상 원자력발전 플랫폼 'FSMR'으로 ABS 개념설계 인증을 획득했다. 특정 원자로에 종속되지 않는 범용 플랫폼 구조를 적용해 다양한 SMR 기술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화오션은 MSR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MSR은 고체 연료 대신 액체 상태의 염에 핵연료를 녹여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로, 이상 상황에서 핵연료가 냉각·고체화돼 방사성 물질의 해양 유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미국 원자력 전문기업 토르콘에 지분을 투자했으며, 공개 특허를 중심으로 SMR 추진 시스템과 방사능 차폐 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조선 3사가 원자력 선박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포스트 LNG선' 시장 선점 전략이 있다. LNG선은 한국 조선업의 대표 고부가 선종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암모니아, 수소, 전기추진, 원자력 등 무탄소 선박 기술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해사기구(IMO)도 2050년 전후 국제해운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규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SMR은 통상 발전 용량 300메가와트(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를 뜻한다. 주요 기기를 모듈화해 제작할 수 있고,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을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배치할 수 있어 선박이나 해상 플랫폼 적용에 유리하다. 한 번 핵연료를 장전하면 10년 이상, 길게는 20년가량 연료 교체 없이 운항할 수 있어 장거리 선박의 운항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선급의 개념설계 인증이나 기본승인은 기술 가능성을 확인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건조와 운항으로 이어지려면 원자로 안전성 검증, 국제 인허가 기준, 항만 입항 허용, 보험·금융 체계, 전문 인력 확보 등이 뒤따라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력 선박 경쟁의 본질은 단순히 원자로를 선박에 싣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무탄소 선박의 표준을 누가 먼저 설계하느냐에 있다"며 "SMR·MSR은 장거리 대형선에서 운항 효율을 높일 잠재력이 크지만, 상용화까지는 국제 안전 기준과 핵연료 관리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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