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형주로 쏠린 밸류업···맞춤형 대안 시급

오피니언 기자수첩

대형주로 쏠린 밸류업···맞춤형 대안 시급

등록 2026.06.04 13:28

김호겸

  기자

공시 기업 718개로 증가했지만 대형주 편중공시 참여율 26.9%···중소형사 소외 뚜렷실질적 성장 위한 정책·정부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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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80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신고가를 갈아 치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수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지난 2024년 5월부터 시행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 제도의 안착을 꼽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지수 랠리를 공시 제도의 단독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주도주 사이클 호조가 맞물리면서 지수를 견인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밸류업 공시에 나선 기업들의 성과는 지표로 확인된다. 제도 시행 초기 3개사에 불과했던 공시 참여 상장사는 지난 4월 말 기준 718개사로 증가했다. 공시기업들이 해당 기간 100% 이상의 누적 주가수익률을 기록하며 미공시기업과의 격차는 68.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규모도 크게 확대되며 자본효율성 측면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시가총액이 아닌 상장기업 수를 기준으로 보면 한계가 뚜렷하다. 전체 상장사 기준 공시 참여율은 26.9%에 불과하다. 공시 기업들이 전체 시가총액의 77.4%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도의 효과가 소수 대형주에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장별 참여율 역시 코스피 시장은 40.5%지만 코스닥 시장은 20.6%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공시 건수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배당 기업의 공시 의무화 등 제도적인 기준에 떠밀려 마지못해 참여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공시 기업들이 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중소형 상장사들은 철저히 소외된 현실을 두고 제도가 시장에 완전히 안착했다고 볼 수는 없다.

대형주를 제외한 중소형사 및 코스닥 상장사들의 저조한 참여율을 단순히 기업의 의지 부족이나 외면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는 기업 규모와 재무 상황에 따른 구조적인 한계에 기인한다. 상당수 중소형 상장사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실질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실행할 잉여 현금과 재무적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자금력을 갖춘 소수 대형 시총 기업 중심의 밸류업 참여만으로는 증시 전반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증시를 구성하는 절대다수 기업의 체질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지수 상승은 기초체력이 부족한 성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제 투자자들은 공시 제도를 제도적인 유인책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개별 기업에 대해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공시 참여 여부와 실질적인 재무 지표 개선에 따라 기업 간의 가치 차이가 커지는 것은 투자자들의 자본 이동이 이미 철저하게 수익성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중소형사의 재무구조와 현실을 반영한 실질적인 맞춤형 정부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자본효율성 개선 여력이 근본적으로 없거나 공시를 기피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자발적 상장폐지를 원활히 돕는 등 퇴출 경로를 열어주는 정책적 결단도 병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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