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의 최근 10년은 거의 모든 면에서 발군이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3위 자리를 꿰찼고, 전동화 전환 속도와 안착은 남들과는 질적인 면에서 달랐다. 전기차 케즘의 파도가 덮치자 고부가 브랜드의 집중과 하이브리드의 대체 전략은 경쟁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자율주행'은 아쉽다. 여러 규제와 미래 불확실성이 큰 장벽이었겠지만, 미국과 중국의 기술에 3년 이상 뒤쳐진 현실은 뼈아프다.
국내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의 패러다임 변화를 포착하고 일찌감치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0년대 초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의 토대를 마련한 현대차그룹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자율주행 레벨 2 기술을 양산차에 본격 적용했다. 이어 2020년에는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을 설립하며 레벨 4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독자 기술 확보로 가는 과정에서 '가혹한 과도기'를 피하지 못했다. 완벽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모셔널을 중심으로 약 5년간 고가의 라이다(LiDAR) 센서 기반 기술 개발에 주력했으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용 부담과 양산성 확보라는 기술적 한계에 봉착했다. 수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음에도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뚜렷한 상업적 성과를 내지 못하며 한때 '투자 경색론'까지 대두됐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라이다 중심의 하드웨어 고비용 전략에서 과감히 탈피, 인공지능(AI) 기반의 고해상도 카메라 중심 'E2E(엔드 투 엔드)' 방식으로 전략을 급선회했다. 인지·판단·제어를 하나의 AI 모델로 통합 처리하는 테슬라식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당장 올 하반기 국토교통부, 광주광역시 등과 함께 추진하는 대규모 실증 사업에서 그 변화가 확인된다. 현대차그룹은 라이다를 배제하고 고해상도 카메라 8대와 레이더 1대를 탑재한 자체 자율주행 솔루션 '아트리아 AI(Atria AI)' 기반의 아이오닉5 차량 200여 대를 광주 도심에 투입해 기술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전략 수정으로 주춤하는 사이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저만치 앞서 나갔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과 테슬라 간의 자율주행 기술 격차를 약 3년 안팎으로 정량화하고 있다.
이러한 간극은 누적 주행 데이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021년 600만 마일(약 965만km) 수준이던 테슬라의 FSD(전체자율주행) 누적 주행거리는 최근 100억 마일(약 160억km)을 돌파했다. 5년 만에 1,600배가 가중된 수치다. 반면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자율주행 누적 거리는 약 1,306만km에 불과해 테슬라와 무려 1,200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가 지구를 40만 바퀴 돌며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동안 국내 업계는 320여 바퀴를 도는 데 그친 셈이다. 이 밖에도 구글의 웨이모가 1억 6,000만km, 중국 바이두가 2억 4,000만km의 누적 거리를 확보하며 데이터 패권 경쟁에서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은 아키텍처 경쟁을 넘어 '빅데이터 축적 속도'의 싸움으로 재편됐다. 현대차그룹이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소모한 시간만큼, 선두 업체를 추격해야 하는 후발 주자의 물리적·시간적 부담은 배로 커졌다. 이제는 시장에서 더 이상의 시행착오를 용인할 여유가 없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의 과감한 실행력과 흔들림 없는 방향성이 요구된다. 글로벌 기술 표준 선점 속도가 극도로 빨라지는 상황에서 머뭇거리다가는, 자칫 빅테크 기업의 소프트웨어에 종속된 '하드웨어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술 격차가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굳어지기 전에, 광주 실증사업과 모셔널의 연말 미국 상용화 로드맵을 발판 삼아 추격의 모멘텀을 극대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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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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