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유상증자, 금감원 정정 요구 '제동'한화에어로 사례 '재조명', 유증→반발→정정계열사 자금조달도 지연···성과 증명이 관건
한화솔루션의 2조4000억원 규모 '기습 유상증자'가 금융당국 제동에 걸리면서, '한화식' 자금조달 방식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유사한 패턴으로 유증 규모를 축소한 바 있어 이번에도 유사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한화솔루션이 제출한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유상증자의 당위성과 의사결정 과정, 이사회 논의 내용, 주주 소통 계획 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조치에 따라 한화솔루션은 3개월 내로 정정신고서를 제출해 금감원의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기한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유증은 자동 철회된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 이틀 뒤인 26일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해 주주 반발을 샀다. 특히 2조4000억원 규모의 조달 자금 중 60% 이상을 차입금 상환에 우선 배정해 재무 보강에 나서면서 지분 희석 부담과 동시에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주가 역시 유증 발표 이후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앞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당초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주주 반발과 두 차례의 금융당국 정정 요구를 거쳐 최종 2조9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패턴을 '한화식 자금조달' 방식으로 해석한다. 대규모 증자 카드를 먼저 꺼낸 뒤 시장 반응과 금융당국 심사 결과에 따라 조건을 조정하는 패턴이다. 이번 한화솔루션 역시 유사한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증자 규모 축소나 조건 변경 가능성도 제기된다.
변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의 간극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방산 호황을 기반으로 해외 생산거점 확대와 수주 성과로 유증 1년 만에 시장 평가를 뒤집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증자 재원은 해외 방산 및 연구개발(R&D), 지방방산·항공우주산업 인프라 투자에 투입됐다. 유상증자 공시 직후 주가는 약 13% 급락한 62만원대로 마감했으나, 증자를 마친 작년 7월 말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 반열에 오르며 성과로 증명했다.
반면 한화솔루션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와 케미칼 부문이 모두 부진하면서 영업손실은 3648억원, 순손실은 6153억원에 달했다. 확대한 투자에 비해 글로벌 태양광·석유화학 업황 둔화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돼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업계에서는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한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지난 2년 동안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과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등을 발행하며 자구책을 마련해왔음에도 실적 반전에 실패했다.
유증 논란이 커지자 지주사 한화는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120% 초과청약 방식으로 약 8400억원을 투입하겠다며 신뢰 방어에 나선 상황이다. 대주주의 책임경영 의지가 담겼다는 긍정 평가와 '주주 달래기' 뒷수습에 불과하다는 비판론이 엇갈리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자금조달 논란은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최근 한화시스템 지분을 활용한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최대 90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했는데, 이번 논란으로 관련 딜 역시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 기업 이슈를 넘어 그룹 전반의 자금조달 전략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유상증자는 '한화식' 자금조달이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전략인지 여부를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과로 입증되지 못할 경우, 주주 반발을 사는 자금 조달 방식 자체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이후 실적으로 시장 평가를 뒤집었지만, 한화솔루션은 업황과 재무 상황이 다른 만큼 같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결국 확보한 자금을 통해 얼마나 빠르게 수익성을 입증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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