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5만개 넘은 편의점, 특화 매장 혁신으로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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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개 넘은 편의점, 특화 매장 혁신으로 재도약

등록 2026.03.21 05:11

조효정

  기자

러닝 스테이션부터 K-푸드 체험관까지 차별화 경쟁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 대상 이색 서비스 확대포화 시장에서 소비자 체류 시간과 객단가 증가

이마트24는 18일부터 약 한 달간 '트렌드랩 성수점' 매장 내 브랜드팝업존을 'SSG 랜더스' 콘셉트로 꾸미고 스포츠 팬덤 공략에 나섰다./사진=이마트24 제공이마트24는 18일부터 약 한 달간 '트렌드랩 성수점' 매장 내 브랜드팝업존을 'SSG 랜더스' 콘셉트로 꾸미고 스포츠 팬덤 공략에 나섰다./사진=이마트24 제공

국내 편의점 업계가 점포 수 5만 개 시대의 포화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특화 매장'을 통한 차별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한 상품 판매처를 넘어 러닝 스테이션, 디저트 연구소, K-푸드 체험관 등 상권 맞춤형 콘셉트를 앞세워 신규 고객 유입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공원에 '러닝 스테이션' 특화 점포인 'CU 한강르네상스여의도3호점'을 개점했다. 이 매장은 단순한 편의점을 넘어 러너들을 위한 전용 시설을 갖춘 복합 플랫폼형 모델이다. 매장 내부에 무인 물품 보관함과 탈의실을 마련해 러너들이 짐을 맡기고 가벼운 차림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에너지젤, 비타민, 무릎보호대, 자외선 차단제 등 러닝에 특화된 전문 용품군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CU 측에 따르면 지난 1월 여의도, 반포, 잠실 등 한강 일대 3개 점포에서 러닝 스테이션을 시범 운영한 결과, 러너들의 방문이 눈에 띄게 늘며 음료와 간편식, 라면 등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BGF리테일은 마곡, 망원, 반포, 잠실 등 한강 인근 주요 거점에 동일한 모델의 점포를 18개까지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한강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편의점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를 확장한 사례로 풀이된다.

이마트24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 명동 상권에 'K-푸드랩 명동점'을 선보이며 맞불을 놓았다. 약 129㎡(39평) 규모의 이 매장은 한국의 식문화와 콘텐츠를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특화 매장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약 170종의 라면을 구비한 '라면 아카이브'다. 국내 주요 라면은 물론 지역 특산 라면과 수입 라면까지 망라했으며, 매운맛을 4단계로 구분해 안내하는 등 외국인 고객을 배려한 정보 제공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이마트24는 매장 내에 K-팝 굿즈와 캐릭터 상품 판매 공간을 마련하고, 외화 환전 및 선불카드 발급이 가능한 키오스크, 택스프리 서비스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쇼핑 편의 시설을 대거 도입했다. 연간 약 2천만 명에 달하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을 잠재적 고객층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는 '디저트랩'을 운영 중이다. 유행하는 디저트 상품과 와인 페어링 존, 테라스 공간을 갖춰 카페와 디저트 소비가 활발한 10~30대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스포츠 팬덤을 겨냥한 마케팅 경쟁도 뜨겁다. GS25는 수도권과 대전, 울산 등지에서 '스포츠 특화 매장'을 운영하며 팬심 잡기에 나섰다.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 LG트윈스와 축구단 울산HD, FC서울 등과 협업해 매장 내외부 인테리어를 각 구단의 상징색과 이미지로 꾸몄다. LG트윈스 홈구장 인근의 GS25 잠실타워점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선수들의 영상을 상영하며, 유니폼과 키링, 캐릭터 인형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해 팬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등 주요 시즌에는 관련 특화 매장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팬덤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차세대 가맹 모델인 '뉴웨이브'를 통해 상권 맞춤형 매장을 확대 중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캠퍼스 내에 문을 연 '한양대프라자점'은 대학 상권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매장 전면에는 치킨, 즉석피자, 군고구마 등을 조리해 판매하는 푸드스테이션을 배치해 학생들의 즉석식품 수요를 공략했다. 라면 진열 공간을 일반 점포 대비 3배가량 넓히고 셀프 라면 조리기를 비치하는 한편, 뷰티 상품군을 강화해 학생들의 소비 패턴에 최적화된 쇼핑 환경을 구현했다. 이는 점포의 물리적 위치뿐만 아니라 이용객의 주된 활동 목적까지 고려한 정교한 상권 분석의 결과물이다.

최근 성수동 등 힙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디저트 특화 매장'도 편의점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부상했다. CU 성수디저트파크점은 일반 점포보다 디저트 상품 구색을 30% 이상 확대하고, 두바이 디저트나 생과일 샌드위치 등 최신 트렌드 상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고객이 직접 디저트를 장식해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마련해 방문객 수가 일반 점포의 2배 수준을 기록하는 등 '목적형 방문'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편의시설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서 편의점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업계가 이처럼 특화 매장에 집중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출점 위주의 외형 성장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이미 5만 개를 넘어섰으며, 2024년 5만4852개에서 2025년 5만3266개로 소폭 감소하는 등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 인접 점포 간의 출점 제한과 인건비 상승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업체들은 무분별한 확장 대신 매출 성적이 낮은 기존 점포를 정리하거나 우량 상권으로 재배치하는 '질적 성장'으로 전략의 키를 돌렸다.

특화 매장은 소비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려 객단가를 높이는 효과도 크다. 과거 소비자들이 목적한 물건만 사고 바로 퇴장하던 것과 달리, 라면 라이브러리나 디저트 체험존 등이 마련된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자연스럽게 연관 상품 구매로 이어진다. 실제로 CU가 선보인 '라면 라이브러리' 매장은 외국인과 젊은 층 사이에서 명소로 소문나며 전국 120개까지 늘어났고, GS25의 주류 강화형 매장 등도 꾸준히 수익성을 입증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시장이 포화 상태인 만큼 동일한 형태의 매장만으로는 더 이상 브랜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의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하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차별화 경쟁이 더욱 정교해지고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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