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젠슨 황이 '삼성 파운드리' 콕 집어서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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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이 '삼성 파운드리' 콕 집어서 말하자···

등록 2026.03.17 12:34

고지혜

  기자

젠슨 황 CEO "삼성 파운드리가 '그록3 LPU' 생산 중"4나노 공정 양산···삼성 파운드리 수익성 개선 신호탄

그래픽=뉴스웨이그래픽=뉴스웨이

"삼성이 우리를 위해 칩을 만들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공개석상에서 삼성전자를 콕 집어 언급하며 협력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추론용 칩 '그록3 LPU' 생산을 맡게 되면서 양사의 협력은 메모리 공급을 넘어 파운드리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반등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젠슨 황 CEO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GTC 2026'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가 우리를 위해 그록3 LPU 칩을 제조하고 있다"며 "삼성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칩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베라 루빈' 시스템에 탑재된다고 설명하면서 "이미 생산 단계에 들어갔고 올해 하반기 아마도 3분기쯤 출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록3 LPU는 엔비디아의 '루빈'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작동하며 인공지능 추론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반도체다. GPU가 대규모 연산을 처리한다면 LPU는 응답 지연 시간을 줄이고 토큰 생성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LPU 칩 256개를 묶은 '그록 LPX 랙'을 베라 루빈 GPU 시스템과 함께 사용할 경우 토큰당 전력 효율이 최대 35배까지 개선될 수 있다.

AI 시장이 그동안 대규모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집중돼 있었다면, 앞으로는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응답을 생성하는 '추론' 시장이 훨씬 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추론에 특화된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그록3를 통해 이러한 시장 흐름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록 초기 세대 칩은 GlobalFoundries(글로벌파운드리스)의 14나노 공정에서 생산됐지만, 이번 세대부터는 보다 안정적인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엔비디아 CEO가 공식 행사에서 삼성 파운드리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대부분의 AI 칩 생산을 TSMC에 맡겨온 만큼, 특정 파운드리 업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사례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제2 파운드리 공급처'로 부상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양사 협력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HBM)와 파운드리, 패키징 역량을 모두 갖춘 사실상 유일한 반도체 기업이다. 특히 차세대 '루빈' 플랫폼에 삼성전자의 HBM4 탑재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AI 칩 생산까지 삼성 파운드리가 맡게 되면 협력 범위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칩 생산과 메모리, 패키징을 한 회사에서 처리하는 '턴키' 방식이 가능해지면 공정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공급망 안정성과 생산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과의 협력 가치가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수혜가 예상된다. 메모리 사업부는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공급 확대를 통해 고부가 제품 판매를 늘릴 수 있고, 파운드리 사업부는 대형 고객사 물량 확보를 통해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파운드리는 그동안 대규모 설비 투자에도 불구하고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아 적자를 이어왔던 만큼, 이번 AI 칩 생산이 수익성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LPU를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미 수율이 안정화된 4나노 라인의 가동률이 상승할 경우 생산 설비에 투입된 고정비 부담이 분산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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