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결제시장 밀릴라"···카드사들,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선점 경쟁

금융 카드 카드사 스테이블코인 대응①

"결제시장 밀릴라"···카드사들,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선점 경쟁

등록 2026.03.11 07:02

김명재

  기자

카드업계, 실증 사업·협약 확대 지속여신협회 주도 TF도 실무 단계 눈앞전통 결제 인프라 기반 주도권 확보

사진=홍연택 기자사진=홍연택 기자

카드사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통해 차세대 결제 인프라 선점에 나서고 있다. 결제 시장 내 입지 확보와 업황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은 블록체인 전문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사업 검토에 나섰으며 여신금융협회 차원에서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업무협약 맺고 특허 출원···최적의 모델 검토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난해부터 스테이블코인 결제 도입에 대비해 기술 검증과 특허 확보, 사업 협력 등을 추진하며 관련 인프라 구축에 너나 할 것 없이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신한카드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기술검증(PoC)을 위해 월렛 및 핀테크 사업자들과 업무협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차원에서도 종합적인 디지털자산 신규 서비스 구상을 위한 기술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카드는 최근 블록체인 인프라 전문기업 EQBR과 디지털자산 월렛 및 지급결제 플랫폼 사업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우리카드의 결제 플랫폼인 우리원(WON)카드 애플리케이션(앱)에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능을 도입하는 한편, 현행 규제 범위 내에서 도입 가능한 최적의 블록체인 모델을 검토하기로 했다.

KB국민카드는 올 초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과 기존 카드 인프라를 연계해 결제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결제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고객이 보유한 신용카드에 블록체인 기반 전자지갑 주소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추가 카드 발급 없이 디지털자산과 신용카드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

BC카드는 관련 실증 사업을 마친 상태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2개월간 외국인이 보유한 외화 스테이블코인을 국내 결제 환경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결제 편의성과 안정성을 검증했다. 국경 간 이동성 및 카드 결제 인프라의 안정성을 확인하려는 취지에서다.

업권 차원의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여신금융협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및 관련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TF에는 국내 9개 전업 카드사 전원이 참여한다.

결제 구조 변화에 위기감···당국 규제 개선에 기대


카드사들이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기존 결제 시장 구조가 변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간 카드사는 소비자와 가맹점 사이에서 결제 네트워크 역할을 수행하며 가맹점 수수료를 주요 수익원으로 확보해 왔다.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와 결제대행(PG)사, 부가가치통신망(VAN)사 등 타 결제 중개 사업자가 참여하는 구조를 통해 일정 수준의 수수료 수익 확보가 가능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방식이 확산할 경우 이러한 구조가 크게 변화할 수 있다. 소비자가 블록체인 기반 지갑을 통해 가맹점에 직접 토큰을 전송하는 방식이 실현되면 카드사, PG사 등을 거치지 않고서도 결제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사들의 위기의식은 점차 커지고 있다. 기존 카드 결제망을 기반으로 한 수수료 수익 구조가 약화될 수 있어 카드사들이 결제 시장 내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업황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결제 인프라의 중심이 기존 카드 네트워크에서 디지털자산 기반 네트워크로 이동할 가능성에 대비해 카드사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카드사들의 참여, 제도 논의와 별개로 근본적인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카드사는 결제 및 금융서비스 중심으로 업무 범위가 제한돼 있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이나 중개 등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을 직접 수행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제도 변화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올해 업무계획 발표에서 카드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 디지털자산 관련 신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규제 완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가 이미 소비자와 가맹점을 연결하는 대규모 결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스테이블코인 결제 생태계에서도 주요 사업 주체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유창우 비자코리아 전무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더라도 카드사가 구축해온 결제 인프라와 가맹점 네트워크는 쉽게 대체되기 어렵다"며 "카드 결제망이 갖춘 범용성·신뢰성·가맹점 네트워크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종광 DSRV 블록체인연구소 이사도 "결제 시장은 규제 환경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와 탄탄한 금융 인프라, 기술과 서비스가 함께 갖춰져야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수백만, 수천만 명의 스테이블코인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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