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LNG·해상운임 급등, ECS 현실화국내 산업계, 원가 부담·납기 지연 리스크정부 "원유 수급 200일 이상 대응 가능"
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해상운임이 폭등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이 해협의 통과 물동량은 평시 대비 80% 감소했다. 이는 이 해협의 물류 흐름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번 사태로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교역과 해상 물류 운항이 막히면서 글로벌 공급·물류·산업 전반을 연결하는 '경제 동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3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 물량이 대부분 이 구간을 거친다. 한국은 작년 기준 중동 원유 도입 비중이 전체의 70%에 달하며, 이중 95%가 이 지역을 지난다고 알려졌다. 사실상 '글로벌 에너지 생명선'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해상운송 능력도 타격을 입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항로에는 전 세계 컨테이너 선복(운송 능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340만 TEU 규모의 선복이 투입돼 있다. 통항 제한이 지속되면 글로벌 컨테이너 공급 능력의 10%가 사실상 비활성화된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23년 말 홍해 위기와는 구분된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의 길목으로, 컨테이너 화물이 핵심 물자다. 당시 아프리카 남단을 우회해 항해 기간이 약 2주 늘고 해상운임이 폭등했지만, 공급 자체는 유지됐다. 그러나 호르무즈는 산유국의 핵심 통로로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며, 우회로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해운업계에서는 보험료 상승 및 긴급 분쟁 할증료(ECS)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CS는 전쟁이나 항로 봉쇄 등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선사가 화주에게 추가하는 긴급 할증요금이다. 보험사가 보험료를 올리면 비용 일부를 분담하기 위한 장치다.
국내 산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원유·LNG 가격 급등과 해상운임 폭등, ECS 도입이 본격화되면 원가 상승 압박이 높아지며 수출 현장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항공·해운·정유 등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업종을 넘어 자동차·전자·석유화학 등 국내 제조업도 원가 부담과 납기 지연 리스크에 동시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사태가 한 달간 이어질 경우 글로벌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도입 항차(왕복 운항)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원유 약 300항차와 LNG 약 100항차, 한국의 경우 원유 40항차, LNG 8항차의 수송 차질이 예상된다.
해상운임 상승도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중동–중국 노선 운임은 지난달 13일보다 약 3.3배 올랐다. 이는 항로 우회 및 대기 시간 증가로 실제 운송 거리(톤마일)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같은 물량을 운송하더라도 더 많은 선박과 연료가 소모돼 비용이 구조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여기에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은 ECS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1·2위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 등 주요 선사는 컨테이너 당 최대 4000달러 추가 요금을 공지했다.
정부는 원유 구매자금과 긴급 운영자금 지원 확대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만 단기적인 원유 수급에는 대응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와 민간 합계 석유 비축량은 약 1억5700만 배럴 수준이며, 향후 3개월 추가 확보 가능한 물량(3500만 배럴)을 포함하면 200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홍해 사태는 항로 우회로 인해 비용이 오르더라도 대응이 가능했지만, 호르무즈는 에너지 공급 자체가 걸려 있는 해상로라는 점에서 타격이 더 크다. 항로 우회 시 최대 80% 운임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물류 비용 상승을 넘어 에너지 수급과 산업 생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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