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호르무즈 봉쇄에 HMM 주가 급등... 해운업계는 '비용 역설' 경고

산업 항공·해운 美-이란 전쟁

호르무즈 봉쇄에 HMM 주가 급등... 해운업계는 '비용 역설' 경고

등록 2026.03.04 08:12

김제영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운임 급등 전망불확실성에 '운임 상승=실적 개선' 붕괴 우려선박 회전율·생산성↓···업계 "상황 예의주시"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미국의 이란 공습에 따른 '호르무즈 쇼크'가 글로벌 해운업계의 수익 방정식을 뒤흔들고 있다. 봉쇄 위기에 따른 운임 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항로 우회와 선박 회전율 저하라는 '비용의 역설'이 실적 개선 기대감을 억누르는 모양새다.

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선박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20% 이상이 이곳을 지난다. 우리나라는 원유 70%, 액화천연가스(LNG) 2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이 해협이 봉쇄되면 에너지 수급 불안이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내 선사들이 유조선과 벌크선을 운용하는 핵심 해상로다. 업계에 따르면 이 해협 안팎 또는 인근에 위치한 국내 해운사 소속 선박은 약 30여척으로 파악된다.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의 경우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정기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1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협 인근을 오가는 선박은 6~7척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항로가 변경되면 해상운임이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우회 시 해상운임은 기존보다 최대 80% 증가하고, 육로 운송 및 국경 통관으로 3일 이상 운송 지연이 예상된다. 과거 이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했을 당시 최대 7배의 보험료 할증이 붙었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화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제 유가는 급등하는 추세다. 현지시간 2일 국제 원유 가격의 대표 기준인 브렌트유와 미국 내 기준 유가인 서부텍사스유(WTI), 아시아 수입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는 각각 전일 대비 6% 이상 동반 강세를 보였다.

통상 해운업계는 '운임 상승=실적 개선' 공식이 적용된다. 선박·용선·인건비 등 고정비에 연료비·보험비 등 변동비를 토대로 일정과 선박 회전율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되는 구조다.

그러나 해운업은 선박을 굴리는 장치 산업인 만큼, 항로 우회나 대기 시간에 따라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 선박 회전율과 생산성이 동반 하락한다. 예를 들어 2주가 걸리는 항로를 우회해 한 달이 소요되면 선박 회전율은 절반으로 떨어지고, 같은 매출을 내기 위해 두 배의 연료를 사용하게 된다. 운임이 오르더라도 실적을 보장할 수 없는 셈이다.

특히 장기운송계약 비중이 높거나 이미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는 화주에게 비용을 즉각 전가하기 어려운 만큼, 선사가 변동비 인상분 일부를 흡수해야 한다. 분쟁 지역의 경우 전쟁위험 할증보험이 재산정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료 상승분은 선사와 화주 간 계약 구조에 따라 일부 분담되거나 운임에 반영될 수 있어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환율 변동성 확대 역시 연료비 부담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선박·선원 안전을 위한 추가 비용과 운항 전략 조정이 불가피해지면 운영 효율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국적선사의 경우 리스크 부담이 더욱 클 전망이다. 일례로 HMM은 국가 물류망 유지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공적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국적선사로서 국내 수출입 물동량을 일정 부분 책임지고 있는 만큼, 항로 조정은 단순 경영 판단을 넘어 물류 안정성과 직결된다.

HMM 관계자는 "비상시 정부의 공고와 내부 전략적 판단에 따라 시나리오를 검토한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아직 실제 운임 반영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핵심은 리스크 관리다. 향후 해운업의 사업 구조는 운임 중심이 아닌 '운항 안정성'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HMM의 주가는 전날(3일) 장 마감 기준 2만4500원으로 직전 일보다 14.75% 상승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돼면서 해상운임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발생하면 운임이 오르는 건 일반적이지만, 항로 우회와 보험료 인상, 연료비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회전율이 떨어지고 실적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단순 운임 변동이 아닌 해운업 구조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우려가 있다. 당장은 동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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