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땅장사' LH 흑역사 끝내려면···'선 재정투입'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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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장사' LH 흑역사 끝내려면···'선 재정투입'이 관건

등록 2026.02.27 18:04

수정 2026.02.27 18:35

김성배

  기자

reporter
"거대 공룡조직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토지주택개발공사(LH)'와 '비축공사(토지주택은행)'로 분리하는 것도 정부가 생각할 수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매년 2조원대의 적자가 예상되므로, 정부의 지속적인 보조가 수반되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30년간 국토교통부에 몸담으면서 LH를 직접 지휘·감독했던 국토부 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LH의 이원화 분사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라면서도 "다만 어차피 현재 170조원이라는 부채 자체를 줄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누가 갚아도 갚아야 하는 빚이라면, 분사보다 좋은 방안을 마련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재정 선투입이 오히려 답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가 출신 고위 공직자들의 의견도 대동소이하다.

국토부 1차관 출신 고위 관계자도 "국가 재정으로 LH 교차보전을 보전해줄 수 있다면 굳이 LH를 (토지주택개발공사와 비축공사) 둘로 나눌 필요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LH 최고위직 출신 공직자도 "국가 재정 투입"이라는 의견은 마찬가지다. LH가 '땅장사'에 나선 이유가 임대주택 사업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는데, 국가 재정으로 이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의견이다.

그의 분석은 이렇다. 앞으로 100조원 이상의 부채를 떠안게 될 비축공사(토지주택은행)의 적자를 "누가(정부 OR LH OR 입주자)", "어떤 방식으로(출자·대출 정부 재정 출연 OR 토지주택개발공사 이익 이전)" 보전할 것인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머니(돈)의 문제라는 뜻이다.

그래서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당장 정부의 요구로 '땅장사'가 아닌 '직접 시행'으로 돈을 벌어야하는 LH로서는 사실상 '정부 재정' 지원이 아니고서는 딱히 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고, 당장 빚을 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LH 채권을 발행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LH 공사채 잔액이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까닭이다. LH는 '2025~2029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말 공사채 잔액을 64조6778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공사채 잔액이 53조838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순발행 규모는 10조839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회사채 증가 등의 영향으로 2025년 170조원이던 부채 규모는 2029년 261조원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LH는 부채비율이 2025년 225.1%에서 2029년 260.3%로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LH의 대규모 채권 발행으로 민간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간 회사채 발행으로 경영 손실을 방어해온 한국전력은 2022년 초대형 적자를 메우려고 20조원 이상 채권을 발행했다가 '레고랜드' 사태의 원흉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매년 2조원에 이르는 임대주택 사업 운영적자 메우기도 버거운데, 당장 토지 보상비로 써야할 예산도 한두푼이 아니다. 실제로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후속도시(의왕·군포·안산, 화성진안, 화성봉담3) 토지 보상 진행률은 사실상 0%에 머물러 있다. 이들 지구의 총면적은 약 2550만㎡(약 770만 평)에 달하며 추산 보상비만 최소 20조원을 웃돈다. 쓸 돈은 천문학적인데, LH가 가진 돈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LH가 당분간 버틸 수 있도록 자금을 정부가 재정으로 보조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직접 시행하기 전까지 필요한 자금은 물론, 토지비와 건설비 등을 임대료 등으로 사업비로 회수하기 전까지 30~40년 이상 장기 임대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대출(자금)이라도 정부에서 책임져줘야 한다는 의미다.

LH를 '땅장사'에서 해방시켜 주기 위해선 먼저 국가의 '선 재정투입'이 선결 요건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필자는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보조해주는 주거급여(연간 2조원) 만큼을 LH에 추가로 지급해, 임대 부분의 적자를 메워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700조원에 가까워지고 있는 우리나라 예산에서 0.3%만 더 주거보조비(LH 임대주택 사업 지원) 예산으로 투입하면, LH는 '땅장사'에서 해방되고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토지를 더욱 공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다. 정말 LH '땅장사'를 진정으로 그만두게 해야 한다면, 더 늦기 전에 '교차보전'이라는 잘못 끼워진 단추를 다시 채워줘야 한다.

당장 '토지 매각'을 막은 정부다. '교차보전'으로 무늬만 공공기관인 LH를 제대로 된 공적기관으로 개혁하고자 한다면 '선 재정투입'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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