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말 기준 숨은 금융자산은 18.4조 원으로 집계됐고 규모는 2021년말 15.9조에서 최근 몇 년간 계속 늘어났다. 구성도 다양하다. 예·적금, 보험금, 증권계좌의 투자자예탁금, 신탁, 카드포인트 등으로 흩어져 있다. 그래서 "어? 나 이런 것도 있었어?"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특정한 누군가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숨은 금융자산은 꽤 보편적인 소비자 이슈가 된다.
그중에서도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숨은 보험금이다. 2025년 기준 찾아가지 않은 보험금이 약 11조 2천억 원이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중도보험금과 만기보험금처럼 조건만 충족하면 받을 수 있었던 돈이다. 중도보험금은 자녀출생 축하금, 교육자금, 건강진단자금, 생존연금처럼 계약 기간 중 특정 시점이나 조건에서 지급되는데 정작 소비자가 그 시점을 놓치면 돈은 그대로 묶인다.
여기서 오해할 수 있다. "그건 소비자가 잘 챙겼어야지"라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개인의 부주의라기보다 시스템 쪽의 문제에 가깝다. 안내는 충분히 반복되지 않고, 보험금 안내와 환급 업무가 여러 부서로 흩어져 있어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어렵고, 환급 신청은 본인인증 등 절차가 번거로워 진입장벽이 생긴다. 소비자는 몰라서 못 찾고 알아도 귀찮아서 미루다 놓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물론 보험금이 전부 자동으로 지급되기 어려운 제도적 이유도 있다. 보험은 상품별로 지급 조건이 다르고 사망보험금처럼 수익자가 계약자와 다른 경우도 있어 일괄 자동지급은 법적, 실무적으로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청구주의가 유지되는 현실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청구주의가 유지되는 만큼 계약 체결 이후 유지·지급 단계에서 안내, 조회, 청구 지원을 촘촘히 하는 것이 소비자보호의 핵심 과제가 된다. 약관은 복잡하고 전문용어가 많아 내가 받을 수 있는 돈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생기기 쉽다.
이 문제는 특히 고령층에서 더 뚜렷해진다. 주소 변경, 연락두절, 디지털 격차로 제대로 안내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만기보험금과 휴면보험금은 받을 돈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이런 이유로 놓치는 휴면보험금이 788억 원에 달한다. 안내 체계를 고령층 눈높이에 맞춰 설계하는 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이유다.
다행히 제도가 작동하면 돈은 돌아온다는 근거도 있다. 2025년 「숨은 금융자산 찾아주기 캠페인」을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약 1.6조 원이 환급됐다. 유형별로는 카드포인트 6,309억, 증권 4,037억, 예·적금 3,388억, 보험금 2,579억 순이었다. 또 환급은 비대면이 66.0%로 더 많았고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비중이 42.5%로 가장 높았다.
이 결과는 다음 두 가지를 말해준다. 첫째, 안내만 잘해도 실제 환급이 일어난다. 둘째, 디지털 채널이 편리하긴 하지만 그 채널을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간격도 동시에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방향은 어렵지 않다. 먼저 안내는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어야 한다. 앱 알림, 문자, 이메일, 전화, 우편을 통해 알리고,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은 대면 안내뿐만 아니라 전담 상담창구 마련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숨은 보험금은 전담 조직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업무가 흩어져 있으면 누구도 끝까지 책임지기 어렵다. 아울러 환급은 쉽게 만들어야 한다. 모바일, 인터넷, 오프라인 어디서든 간단한 본인확인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만기 전후에는 사전 알림을 꼼꼼하게 해 놓치기 어려운 구조로 바꿔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챙길 것도 있다. '내보험찾아줌'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주소나 연락처가 바뀌면 보험사에 꼭 업데이트해야 안내가 끊기지 않는다. 휴면으로 전환된 뒤에도 원금은 청구할 수 있지만 이자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 가능한 한 3년 소멸시효 전에 확인하는 편이 유리하다.
결국 숨은 금융자산 문제는 금융소비자보호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소비자가 필요할 때 당연히 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믿을 때 시장은 건강해진다. 숨은 보험금과 숨은 금융자산을 줄이는 일은 캠페인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안내, 조회, 환급 전 과정을 소비자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일이다. 금융소비자보호는 분쟁을 수습하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유지하는 생활 인프라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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