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두 발로 걷는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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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걷는 자동차

등록 2026.02.12 17:54

권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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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잣대는 엔진이었다. 실린더 개수와 변속기 완성도는 브랜드의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산업의 무게중심은 내연기관에서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옮겨갔다.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명분과 폭발적 가속 성능으로 시장의 판을 바꿨다.

최근 산업 현장은 또 한 번의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 초점은 다시 이동 중이다. 물리적 성능이 아닌 '지능'이다.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스스로 보고 판단하며 물리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바퀴 달린 로봇'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이 연장선에 로보틱스가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에 적용해 온 엔드투엔드(E2E) 기술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에 이식했다. 인지·판단·제어를 하나의 신경망으로 학습시키는 구조다. 도로 위 데이터를 학습하던 인공지능은 이제 두 발로 걷고, 물건을 집는다. 자동차를 움직이던 두뇌가 로봇이라는 몸을 얻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선택도 다르지 않다. 정의선 회장의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는 사업 다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최근 공개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더 이상 시연용 로봇에 머물지 않는다. 공장 투입을 넘어, 산업 현장에 공급할 상품을 겨냥한다.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정밀 전동 제어 기술, 자율주행 고도화를 위해 쌓은 센서 융합 역량은 '피지컬 AI'로 확장되고 있다. 엔진이 산업의 심장이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하나의 두뇌가 자동차와 로봇을 함께 움직이는 시대다. 바퀴냐 다리냐는 형상의 차이일 뿐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 로봇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이를 지탱할 인공지능 경쟁력이 먼저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은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 비교해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시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인지·판단 알고리즘의 정밀도, 대규모 데이터 학습 체계에서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휴머노이드 역시 하드웨어 완성도와 별개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두 발로 걷는 자동차'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로봇과 자율주행이라는 두 축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은 강철과 모터가 아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인공지능의 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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