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대출 고삐를 바짝 잡았다.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한 차주들은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등 2금융권 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상황이다.
풍선효과가 우려되자 금융당국은 지난 15일 상호금융,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 전문 금융사·협회 관계자들을 불러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하는 회의를 열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2022년 10월 이후 줄곧 감소하다가 지난 8월 5000억원 증가 전환한 바 있으며 지난달에는 다시 5000억원 감소했다. 다만 보험업권은 지난 8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 3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4000억원이 불었다.
보험사 역시 당국 기조에 맞춰 잇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 8월 삼성생명은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고, 교보생명도 주담대 금리를 0.3~0.45%포인트 올렸다. 한화생명은 주담대 5년 현 고정형 금리 하단을 0.2%포인트 인상했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지난달 3일부터 유주택자의 수도권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달 주담대 물량이 조기 소진됐고 11월 한도 역시 모두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생명은 전날부터 생활안정자금융 주담대를 제외하고 주담대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보험사들은 대출이 주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대출 심사자가 적다. 대출 신청이 몰리면 이를 감당하기가 버거워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풍선효과가 본격화할 경우 추가 대책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 대출 이동이 본격화할 경우 현재 50%인 2금융권 DSR 한도를 1금융권(40%)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2금융권 대출마저 급격히 조이면 취약차주들의 제도권 금융 이탈 가능성이 우려된다. 당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면 급전 창구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최소 5만3000명, 최대 9만1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가계대출 관리도 중요하지만, 취약차주들의 자금줄을 불필요하게 막거나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물론 실수요자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에 대한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금융권 자율 관리에 떠넘기면 애꿎은 실수요자만 돌을 맞게 된다. 이들이 대출절벽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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