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자의 경우 펀더멘탈 요인은 주식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되고, 단기투자자의 경우 모멘텀이 해당 기준이 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펀더멘탈 요인보다는 모멘텀 요인을 주식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보인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장기투자를 지향하고 있지 않아, 단기수익률 제고를 위한 주식의 수급요인, 환율 및 금리 동향 등 모멘텀 요인에 주로 의존한다고 해석된다. 반면에, 미국의 증시는 배당수익에 의존하는 은퇴 후 고령 투자자가 많은 등 장기투자가 활성화되어, 모멘텀 보다 펀더멘탈 요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미국 주식시장 매매거래는 개인투자자와 시장조성자(market maker)라 불리는 증권 중개회사들 사이의 거래로서, 주가 급등락에 대비한 상하한가 제도가 없다. 이는 호재의 모멘텀과 실적 개선의 펀더멘탈 요인 발생 시 주가 상방향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아 누적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 미 증시의 경우 주가 급락 시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주식을 매입하려는 시장조성자 역할이 가능해 하한가 제도 없이도 주가 하락 위험이 제한된다. 이는 펀더멘탈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런데, 국내 증시의 경우 펀더멘탈 보다 모멘텀 투자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볼 때, 향후 국내 증시의 향배는 실적보다는 수급 요인, 환율, 금리 등 증시 여건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써, 연준의 현행 기준금리는 5.0%가 되었고, 연준은 지난 2022년 3월 이후 지속되어 온 긴축 움직임을 2년 6개월 만에 완화 기조로 전환했다.
또한, 연준은 정책 결정문을 통해 최근 미국의 물가안정과 고용이라는 2가지 목표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연준이 제시한 경제 전망 요약(SEP: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의 점도표를 토대로 올해 연말의 미국 기준금리도 4.4%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초반대까지 하락했고, 외국인 순매수세가 강화되며,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른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당분간 국내 증시의 상승 모멘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향후 상승 모멘텀을 이어갈 주요 변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이다. 작년 초 이후 3.5%로 금리를 동결한 금통위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대폭 인하로 기준금리 인하의 부담을 덜었다.
이로써,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정도로 인하할 것이란 시장 기대감이 최근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초래하여,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 유인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증시 하락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사실상 오랜 기간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한 터라 기준금리의 소폭 인하가 증시 부양 효과로 나타나기 어렵다. 이는 미국의 경우 오랜 기간 일관된 긴축기조를 유지한 후 이루어진 최근 0.5%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하가 적지 않은 수준의 증시 부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과는 사뭇 다르다.
그런데, 최근 주택 가격 상승세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금통위 내부에서 제기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금통위원은 집값 상승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는 금통위가 주택가격 상승을 가져올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보인다.
실제로 올해 8월 기준 전국의 주택 매매 및 전세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도권 가격 상승 폭 확대가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가격,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각각 전월 대비 0.83%, 1.27% 상승했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 대출 증가에 따른 차주의 이자비용 증가 등 투자 여유자금 축소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주식투자 유인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행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의 명분을 확보했음에도, 기준금리 인하에 많은 고심을 할 것으로 판단되고, 금통위의 통화정책에 국내 증시 모멘텀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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