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일을 많이 하니 퇴근해서 돈 쓸 시간도 없이 맥주 한 캔 마시고 바로 뻗고, 또 다음 날 가서 일하는 날들을 반복하다가 철이 나서 학교로 복학하곤 했다. 두 달 공장이나 조선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면, 한 학기 등록금과 생활비를 만드는 셈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가고 나서 공장을 찾는 학생들이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아르바이트 자체를 안 하게 된 게 아니다. 공장 대신 물류센터에서 일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노동을 하게 된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쿠팡의 물류센터는 새벽배송의 확산으로 빠르게 늘어났고, 동남권의 경우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운전을 하다 보면 김해부터 부산 기장까지 하나씩 등장하는 쿠팡의 물류센터를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은 2022년 3분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국민기업이 되었고, 학생들은 공장 대신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이 늘었다.
쿠팡은 2026년까지 전국 물류 인프라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9개 지역에 풀필먼트센터를 비롯한 물류시설을 건립한다고 한다. 1만명 이상 직고용하겠다고 한다. 현재 물류·배송인원이 5만5000명이니 앞으로 6만5000명이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경부축과 대도시 위주로 가능하던 로켓배송은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다. 물류가 규모의 경제를 형성해 사무직 일자리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지금까지 청년들에게 '알바'로 보이던 쿠팡 물류센터의 일이, 좀 더 적극적인 구직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쿠팡의 자신감 있는 전국적인 투자와 고용 확대는, 다른 의미에서 보면 기존 지방의 산업들이 갖고 있는 열악함이나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대공장이나 조선소를 가지고 있는 산업도시들을 제외하면, 지방의 많은 중소도시는 중소규모의 토건과 유통 그리고 식품 산업 등이 매출 측면이든 고용 측면이든 중요한 향토 기업을 형성한다.
쿠팡의 약진은 한 편에서는 제조업이 찾고 있는 남성 청년이든, 향토 기업이 찾고 있는 여성 청년 모두에게 새로운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전국적 단위에서는 지방에 대기업이 진출하여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의미가, 지역적 단위에서는 일손을 구하기 위한 노동시장의 수요 측면에서의 경쟁이 강화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의 전제는 작업 환경과 산재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말끔하게 해소할 때 뒷받침 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지방 산업도시의 중소 혹은 중견 제조업이나 유통업체들은 표준화된 전국 단위 대기업 쿠팡에게 동반성장을 요구하는 것 못지않게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말이다.
쿠팡이 지역의 노동시장에서 즉 '더 좋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구인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기업들은 청년들에게 '간택' 받을 수 있게끔 일터 혁신을 진행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금보다 더 높은 급여, 더 좋은 복리후생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고, '보람'이나 미래에 대한 '성장 비전'을 공유할 수 있어야만 할 테다.
더 합리적인 업무 절차에 대한 요구도 받아야 한다. 물론 더 좋은 일자리를 지역에 함께 만들어 내는 혁신의 에너지가 창출되는 것이 가장 유익한 것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쿠팡은 지역사회 산업의 공진화를 위한 '메기'가 될 것인가 그 자체가 '해일'이 될 것인가. 지역의 산업생태계 측면에서도 살펴볼 만한 중요한 사례가 되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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