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체 비만 치료제 매출서 93% 비중 차지R&D·신흥시장 수요 증가···5년 뒤 시장 규모 60조 넘을듯당뇨약 시장서도 각광···비GLP-1 RA' 시장도 주목
27일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KBIOIS 브리프 73호 '글로벌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 매출은 801억4000만 달러(106조5461억원)로 집계됐다.
이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12.2% 성장해 1422억6000만 달러(189조319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글로벌 비만 치료제 매출은 2023년 66억8000만 달러(8조8897억원)로 나타났으며, 같은 기간 연평균 48.4% 성장해 480억 달러(63조8784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는 GLP-1 계열 약물의 가파른 성장세가 영향을 주고 있다.
GLP-1 비만치료제는 인크레틴 호르몬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하며 체내 인슐린 합성 및 분비, 혈당량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한다. 과거 당뇨 치료제로 주로 사용되던 기전이지만 이전 세대 약물 대비 평균 15%~25%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전체 비만 치료제 매출 중 GLP-1 RA(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가 차지한 비중은 약 93%에 달했다. 당뇨 치료제 중에서도 GLP-1 계열 약물 매출이 311억1000만달러(41조3825억원)로 전체 당뇨 치료제의 약 42%를 차지했다.
대표적 약물인 '삭센다'(리라글루티드), '위고비'(세마글루티드)를 보유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전체 비만약 시장의 90.4%를 점유했고, 당뇨약 시장에선 전체 시장의 34.5%를 점유했다.
삭센다는 당초 '빅토자'라는 제품명의 당뇨치료제로 사용돼 왔으나 임상 도중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리라글루타이드의 용량 변경을 통해 비만 치료제로 개발됐다. 위고비 또한 지난 2017년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이란 이름의 제2형 당뇨 치료제로 먼저 허가받았고, 비만 치료제로는 지난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약물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다. 당초 '마운자로'라는 이름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적응증을 구분하기 위해 지난해 FDA로부터 비만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작년 비만치료제 매출에서 일라이릴리가 차지한 비중은 2.6%였고, 당뇨약 시장에선 23.0%를 차지했다.
GLP-1 시장은 비만 관련 R&D 파이프라인 증가와 신흥 시장 접근성 개선 등으로 향후 5년간 약 5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8년 예상 시장 규모는 469억9000만 달러(62조원)에 이른다.
현재 지역별 매출 비중은 북미 지역이 약 79%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높은 수요와 제약회사의 R&D 증가, 신속한 FDA 승인이 주효했다.
하지만 향후에는 비만율이 증가하고 있는 유럽과 중동·북아프리카·남아시아(MENASA), 라틴아메리카 및 카브리해 등에서도 치료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또 합리적 비용의 치료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APAC 지역에서도 정부의 이니셔티브로 인해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5년간 북미지역은 47.8%(2028년 372.3억 달러), 유럽 50.4%(54.2억 달러), APAC 49.6%(40.6억 달러), MENASA 55.1%(7.5억 달러), 라틴아메리카 및 카브리해 53.6%(5.7억 달러) 매출 성장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만 치료제 시장 확대로 R&D 파이프라인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기준 비만 관련 R&D 파이프라인은 총 121개로 확인됐다. 임상 단계별로 보면, 임상1상 49개, 임상2상 50개, 임상3상 22개 등이다.
특히 2021년 이후에는 임상2상 후보물질의 성장률이 임상1상 후보물질보다 증가했는데, 이는 약물의 작용기전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되고 파이프라인 후기단계로 갈수록 제약사들의 투자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후속 약물 개발 경쟁에 참전한 미국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최근 경구용 비만치료제 'VK2735'에 대한 임상3상시험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앞선 2상 연구에서 VK2735를 복용한 환자는 13주 후 평균적으로 체중의 약 15%를 감량했고, 위약 투여 환자에 비해 체중이 13.1% 감소하는 등 긍정적 결과를 보였다.
VK2735는 GLP-1 계열 후보물질로 위고비, 젭바운드 등과 같은 계열이지만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이라는 장점이 있다.
미국 암젠은 월 1회 투여로 편의성을 크게 높인 비만치료제 '마리타이드'를 개발 중이다. 마리타이드는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GIP 호르몬의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국내 기업들도 환자 편의성과 효과를 높인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개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원제약은 환자 편의성과 효과를 높이는데 집중, 몸에 붙이는 패치형 비만치료제 'DW-1022'를 라파스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 단계로, 11월 종료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DW-1022'는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형태의 패치제로 기존의 주사제를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로 바꾼 제품이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체중 감소는 물론 혈당 조절까지 유도하는 비만치료제 'DA-1726'을 개발하고 있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 물질로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GCG)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기전 치료제다. 글루카곤은 포만감 조절과 함께 에너지 소비 및 지질 대사 조절에 관여한다.
회사는 최근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 파트2 미국 첫 환자 투약을 개시했다. 파트2는 건강한 비만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4주간 DA-1726 또는 위약을 반복 투여하는 시험으로 진행되며, 내년 1분기에 임상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2분기에는 글로벌 임상 1상 파트 3을 계획하고 있다.
또 회사는 1개월 지속형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해 이뮤노포지와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뮤노포지가 보유한 ELP 플랫폼은 약물의 반감기를 최대 200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는 약물 지속형(long-acting)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GLP-1은 물론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등 각각의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한 차세대 삼중작용제 'HM15275'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FDA 승인을 받고 임상 1상에 돌입했다.
이 약물은 근 손실, 요요 등 기존 GLP-1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세대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세 가지 약리작용을 적절히 활용하면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25%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비만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에 대한 치료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비(非) GLP-1 시장을 겨냥한 기업들도 있다. 비GLP-1 시장 또한 유망한 임상 증거 및 비용 이점, GLP-1 치료 후 차세대 치료 대안 시장이라는 포지셔닝을 지니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GLP-1 RA 약물 매출은 향후 5년간 약 25.7%의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이하 리듬)는 지난 1월 LG화학으로부터 포만감 신호 유전자(MC4R) 작용제 'LB54640'의 글로벌 라이선스를 도입하고 지난 달 임상2상 첫 시험자 대상 투약을 개시했다.
'LB54640'은 세계 최초의 경구 제형 MC4R 작용제로 희귀비만증을 적응증으로 한다. 희귀비만증은 MC4R 작용경로 등 특정 유전자 결함으로 인해 식욕 제어에 이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비만증이 지속 심화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심각한 희귀질환으로 보통 소아 시기에 증상이 발현된다.
리듬은 기 상업화 제품으로 매일 주사 투약하는 방식의 MC4R 작용제 '임시브리(IMCIVREE)'의 적응증 및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는 한편, 투약 편의성을 높인 'LB54640' 등의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리듬 데이빗 미커 대표는 "LB54640 전임상 및 임상 1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피부색소침착 등의 부작용이 없는 효과적인 MC4R 작용제 개발 잠재력을 확인했다"며 "심각한 비만증을 겪는 전세계 환자들이 각자에게 적절한 치료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폭 넓은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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