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지난 2022년 1∼5월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 4만2546건 중 올해 1∼5월 동일 주소지와 면적에서 발생한 거래 9653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6%, 4437건에서 역전세가 발생했다. 지난해보다 역전세 비중이 11.3% p 상승한 셈이다.
특히 역전세 비중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강서구로, 74%를 기록했다. 이어 구로구가 66%, 금천구·도봉구가 64%, 양천구·중랑구가 60%, 은평구 56%, 영등포구 55%, 성북구 50%의 역전세 비중을 나타냈다.
역전세 주택의 경우 임대인들은 차액만큼의 금액을 뱉어내야 하는데, 전세 보증금 차액은 평균 979만원이다. 역전세 비중이 가장 높은 강서구의 경우 무려 평균 2240만원이나 떨어졌다.
빌라 시장에서 이러한 역전세 현상이 나타나는 큰 이유는 바로 전세사기 때문이다. 빌라 전세사기가 수년째 기승을 부리면서 공포를 느낀 사람들의 수요가 아파트로 쏠리게 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값싼 빌라를 많이 찾았던 청년층과 신혼부부마저 빌라를 기피할 정도이다. 실제로 전세사기가 많이 발생한 강서구에서 가장 높은 역전세 비율을 나타내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전세사기의 여파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도 더욱 까다로워졌는데, 이러한 점이 빌라 기피 현상에 또다시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빌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빌라 인허가·착공·준공도 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 통계를 재가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는 총 9000호로 2015년 1분기 4만2000호와 비교했을 때 4분의 1 수준이다.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민간임대를 제공하는 '청년안심주택' 사업도 마찬가지다. 최재란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안심주택' 건축 사업 신청은 올해 단 2건에 그쳤다. 부동산 시장이 뜨겁던 2021년 29건, 2022년 19건과 비교했을 때 대폭 줄어든 수치다.
서민들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 온 빌라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도 위협받고 있다. 빌라 공급이 크게 줄어들면 결국 몇 년 뒤 빌라의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부동산 PF 시장 침체로 사업금 조달이 쉽지 않고, 공사비마저 뛰어오르는 상황에서 빌라를 지으려는 수요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거기다 현재 상황에서는 빌라 임대인들의 불만 목소리도 크다. 시장 논리가 아닌 정부의 전세 보증 요건 강화로 인해 전세사기와 관련이 없는 임대인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연이은 전세사기로 인해 짓지도 팔리지도 않는 빌라 시장을 두고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빌라가 다시 서민들이 튼튼한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뉴스웨이 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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