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산분리는 산업 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한다는 의미가 아닌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금융지주의 비계열사 지분 보유는 5% 이내로 제한되며, 금융지주의 자회사는 비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은행과 보험사들은 다른 기업 지분에 15% 이상 출자를 할 수 없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글로벌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국내 금융회사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해 8월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무기한 연기됐다. 은행이 부문별 한 사업 확장에 나설 경우 시장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10개월이 지난 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시 '금산분리'와 관련된 주제를 꺼내 들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드론이 날아다니고 전자 장비가 많은 시대인데 맨날 총검술 해봤자 뭐하겠느냐"면서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경쟁력 가지려면, 첨단 기술 능력과 의사가 있으면 하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도 이번에는 실질적인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모습이다. 빅블러(경계가 뒤섞이는 현상) 시대가 열린 만큼 신규 사업 진출의 문이 활짝 열리길 기대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IT 기업의 경우 인터넷은행업에 뛰어들 경우 예외적으로 해당 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음에도 금융의 비금융업 진출만 막는 것은 금융사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매번 '이자 장사'로 비판을 받는 은행들 입장에서도 수익 다변화를 위해선 금산분리 완화가 간절하다.
경쟁 대상을 글로벌로 키울 경우 규제 완화는 더욱 시급하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그룹의 주요 재무적 지표는 비슷한 규모의 글로벌 은행그룹 대비 당기순이익 총합은 67% 수준, 시가총액 합계는 글로벌 은행그룹 대비 4배 이상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 금융사가 적극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키우는 동안 국내 금융사는 꽉 막힌 규제에 기업가치를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번에 다시 재논의되는 금산분리 완화 논의는 반가운 소식이다. 앞서 혁신 금융서비스를 통해 알뜰폰, 배달업 등에 나선 사례를 보면 크게 중소기업 영향에 대한 우려도 낮아진 상황이다. 이번에야말로 국내 금융산업이 글로벌 금융사와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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